풍선효과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빚이 다시 늘면서 경제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한경DB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빚이 다시 늘면서 경제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한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한경DB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1·2금융권 간 이례적인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6대 보험사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19~6.13%, 5대 시중은행은 연 3.65~6.05%를 기록했다. 보통 2금융권인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1금융권인 은행보다 0.5~1%포인트 높게 매겨지곤 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돈 빌리는 이자가 은행보다 싸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신용점수가 높고 탄탄한 담보가 있는 사람들도 은행 대신 보험사를 찾았다. 규제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 부르는 현상금융권은 이런 기현상의 원인을 정부 규제의 풍선효과(baloon effect)로 설명했다.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압박하자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높인 반면 보험사는 규제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영향이다.

풍선효과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가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리화나 밀수입이 늘어 골머리를 앓던 미국 정부가 강력한 단속에 나선 1970년대 사례에서 유래했다. 미국은 국경이 맞닿은 멕시코를 비롯해 마약 수입 의심국으로 지목한 몇몇 나라에 대해 통관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이를 통해 밀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밀매업자들이 콜롬비아에서 마리화나를 들여오기 시작한 것이다. 콜롬비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이번엔 다른 남미 국가에서 마약 반입이 급증했다. 마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처럼.

좋은 취지로 만든 규제가 꼭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정부가 금하는 행위가 음지로 숨어들어 기승을 부리거나 전혀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정책의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표면적 현상을 ‘막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풍선효과를 맞닥뜨릴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법과 공권력을 앞세운 인위적 조치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풍선효과 사례는 더 찾아볼 수 있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 서울의 나머지 지역 아파트 가격이 튀어오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려면 공급을 늘리는 방법이 정석인데 다른 곳에서 답을 찾다 보니 생긴 일이다. 법정 최고 금리를 과도하게 낮게 설정하자 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대출 공급을 축소해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사례도 있다. 가계빚 1896조…역대 최고 기록올 들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 내서 투자)’ 열풍이 살아나면서 우리나라 가계빚은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인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89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석 달 동안 13조8000억원이 불어난 것이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늘면서 이 기간 주담대가 16조원 급증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4분기 13만1000호에서 올 1분기 13만9000호, 2분기 17만1000호로 계속 증가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