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아무리 투자 경험이 많은 사람도 폭락장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주가가 급락할 땐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내던지는 사람이 생겨나는데, ‘팔자’ 물량이 몰리면 하락 폭을 더욱 키우는 악순환이 나타나곤 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주요국 거래소는 증시가 급등락할 때 거래를 잠시 멈추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두 가지가 사이드카(side car)와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다. 사이드카, 선물시장 과속 막는 ‘경찰차’ 역할지난 8월 5일 월요일이 딱 그런 날이었다. 우리나라 양대 증시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4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하루 새 234.64포인트 내려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사이드카는 달리는 차 옆에 붙어 과속을 막는 경찰차에서 유래한 용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5%, 코스닥시장에서는 코스닥150 선물가격이 6% 넘게 상승 또는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사이드카를 발동해 프로그램 매수 또는 매도 거래를 5분간 중단한다. 선물시장의 급변동이 전체 증시의 불안으로 이어지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내는 역할을 한다. 컴퓨터로 이뤄지는 프로그램 매매가 폭주하면 선물가격이 요동치고, 이게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이드카가 ‘경계경보’ 격이라면 서킷브레이커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때 발령하는 ‘공습경보’라고 할 수 있다.
서킷브레이커는 전기가 과열되면 자동으로 회로를 차단하는 두꺼비집에서 따온 말이다. 코스피지수나 코스닥지수가 전날보다 각각 8%, 15%, 20% 하락할 때 세 단계로 나눠 적용된다. 우선 지수가 8% 이상 하락하면 한국거래소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모든 주식 매매를 20분간 중단시킨다. 투자자들이 잠시 숨 돌릴 틈을 갖고 이성을 되찾으라는 취지다. 그래도 충격이 가라앉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지수가 15% 이상 떨어지면 2단계 서킷브레이커를 걸어 매매를 다시 20분 정지한다. 만약 20% 이상 무너지면 3단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그날 거래를 종료해버린다. 두 제도는 1987년 ‘블랙 먼데이’를 경험한 미국 뉴욕 증시에서 처음 시행됐다. 이후 효과가 입증되면서 여러 나라로 확산했고, 국내에도 1998~2001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서킷브레이커 걸리면 모든 주식 거래 중단 8월 5일 발동된 서킷브레이커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역대 여섯 번째, 코스닥시장에서는 역대 열 번째였다. 이날은 일본, 대만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폭락을 피하지 못했고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식시장도 2% 안팎씩 급락했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한 데다 일본 엔화를 싼값에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한 자금이 청산되면서 세계 증시가 흔들렸다. 당분간 경제지표 하나하나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