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양적완화 정책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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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극도로 침체하면 통화정책으로 이자율을 낮춰도 기업은 섣불리 대출을 받아 자본재에 투자하려 들지 않는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통화정책의 자산 경로 효과(지난 호 참조)도 나타나기 어렵다. 게다가 이자율을 떨어뜨리는 통화정책을 계속 펼치다 보면 더 이상 이자율을 낮추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를 통해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이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이다.양적완화 정책의 의미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공채나 민간이 가지고 있는 일정 신용등급 이상의 우량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늘리는 적극적 통화정책을 말한다.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기존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국공채를 매입해 시중은행의 현금 보유량을 늘려 단기금리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양적완화는 금리 인하와 무관하게 중앙은행이 금융자산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을 늘려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유동성 함정이 나타나더라도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 침체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 다만,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기존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보다 시중 통화량이 훨씬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예외적 수단 삼아야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경기부양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에 양적완화는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하게 고려한다. 단순히 양자택일의 대안으로 기존 통화정책과 양적완화를 놓고 어떤 것을 사용할지 선택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양적완화는 경제가 매우 침체해 자금 수요자가 대출을 거의 받지 않고 자금 공급자도 낮은 이자율로 자금 공급하기를 꺼려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만 예외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큰 경기침체가 아닌 일반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일단 기존 통화정책을 펼쳐 위기를 해결하는 게 좋다.

경제가 크게 침체한 상황도 아닌데 경기를 촉진하기 위해 무리하게 양적완화 카드를 쓰면 생산의 증가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물가만 크게 오를 수 있다. 일반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시행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현재의 생산을 줄일 수도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물가·원자재값 상승 부작용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에서 양적완화 정책은 침체한 경제를 회복시키고 금융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해왔다. 하지만 생산량 증가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경제가 점점 회복되어가는 과정에서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에 거품이 생기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전 세계에 유통되는 달러의 양을 급격히 늘려 원유 등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시켜 신흥국 경제엔 오히려 안 좋은 상황을 초래했다.출구전략의 중요성양적완화 정책은 부작용이 클 수 있으므로 정책의 시행과 동시에 종료하는 과정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양적완화의 규모를 축소하면서 늘어난 통화량을 줄여나가는 과정을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미약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너무 서두르면 역효과가 발생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출구전략을 실제 시행할 경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중앙대 강사
김형진 중앙대 강사
양적완화 정책은 부작용이 클 수 있으므로 정책을 시행하는 동시에 종료하는 과정도 신경 써야 한다. 양적완화의 규모를 축소하면서 늘어난 통화량을 줄여나가는 과정을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라고 한다. 하지만 출구전략은 경기회복이 미약한 상황에서 서두르다 보면 역효과가 발생하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