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논술출제방식과 주제에 대한 기본이해 (6)
○윤리 - 의무론과 공리주의 실전 문제형지난 시간 의무론과 공리주의를 알아보았습니다. 사회탐구의 주요 개념과 주제는 매년 반복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합격하고자 한다면 간과하지 말고 하나씩 접할 때마다 차분히 챙겨두세요. 특히 이 시리즈의 첫 시간에 소개한 7대 주제에 대해서는 더욱 집중해보세요. 예고한 대로 이번에는 이 주제와 관련한 실전형 논술 문제를 풀어보도록 합시다. 제시문들은 각각 교과서에 나온 내용으로, 의무론 및 공리주의와 관련해 가장 많이 출제되는 대목이므로 보자마자 친숙할 정도로 머릿속에 새기면서 읽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 제시문 [가]와 [나]의 윤리관을 비교하시오. (750자 내외)논술출제방식과 주제에 대한 기본이해 (6)
[가] 우리는 사람들이 갖는 성향이나 경향성이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그것들을 만족시킬 최상의 방법을 강구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목적을 추구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한계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정의의 원칙들을 통해 욕구와 포부를 제한하려는 것이다. 왜 정의를 위반해서는 안 되는가? 정의를 위반할 경우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인간의 경향성 및 필요와 관련된 것들은 시장가격을 갖는다. 필요와 상관없이, 어떤 취미나 놀이에만 관련된 것들은 애호가격을 갖는다. 그러나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있는 것은 상대적 가치를 표현하는 가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가치, 곧 존엄성을 갖는다. 인간만이 윤리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존엄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타인에 의해 도구나 수단이나 자원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의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의무론자 칸트가 들었던 사례를 살펴보자. 여기에 한 상인이 있다. 그는 상품을 속여 파는 일이 없고 매우 정직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정직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아주 작은 속임수라도 발각되는 날이면 대부분의 손님을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렇게 된다면, 궁극적으로는 이따금 부적절한 방식으로 벌어들인 몇 푼의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트는 이 상인의 정직한 행위에 도덕적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적 행위는 결코 올바른 행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과서 『생활과 윤리』)
[나] 최대 행복의 원리를 도덕의 기초로 받아들이는 공리주의자들은 행복을 좋은 것이라고 본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행위의 옳음은 행위가 행복을 증진시키는 정도와 비례하며 행위의 그름은 불행을 산출하는 정도에 비례한다. 그래서 도덕적 판단을 위해서는 전체적인 쾌락의 합과 고통의 합을 계산해낸다. 그리고 양쪽을 비교했을 때 쾌락의 합이 고통의 합보다 크면, 그 행위는 관련된 개인들의 전체 혹은 공동체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옳은 행위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죄수의 딜레마 같은 상황을 상정해보자. 적군이 침입하여 위험에 처한 두 사람이 있다. 각각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도망치면 둘 다 죽을 가능성이 높지만 힘을 합치면 살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 하지만 한 명만 남고 다른 한 명이 도망치면 도망친 이는 높은 확률로 생존할 상황이다. 둘 중 하나라도 살아남는다면 아군에게 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큰 도움을 얻을 상황에서, 옳은 행위에 대해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과 같은 공리주의자는 어떻게 말할까? 그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즉 어떤 행위가 그 행위와 관계되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더욱 많게 하면 옳은 행위로 인정한다. 힘을 합치는 것이 더 옳은 이유가 된다. 이처럼 공리주의의 관점은 즉각적이며 직관적인 판단을 제공하기 때문에 윤리적 준거로 설득력이 높다. (교과서 『생활과 윤리』 윤문)
[답안해설] 비교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몇 가지 점을 짚어보겠습니다.
(1) 비교하기 전, 비교의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세요. 이 문제는 윤리관을 비교하라고 요구하므로 각자의 윤리관인 의무론, 결과주의를 명확히 해둡니다.
(2) 서로의 유사점이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부분적인 접점이나 포괄적인 특징을 발견해보세요. 예를 들어 멜론과 수박의 유사점을 찾는다면 껍질 내 과육이 단단하지 않고 단맛을 낸다는 것도 공통점(부분적인 접점)이지만, 둘 다 과실의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채소, 즉 과일이 아닌 과채류로 분류된다는 것도 공통점(포괄적인 특징)입니다.
(3) 차이점에 대해서는 기준을 잡아 대립항으로 설계해봅시다. 1~2개 정도의 핵심적 기준을 찾아보면 좋습니다. 대립항이란 개인적 vs. 사회적, 목적적 vs. 수단적과 같이 한 쌍이 서로 대립되며 합쳤을 때 포괄적인 개념항을 뜻합니다.
[답안] 두 제시문에서 말하는 윤리는 각각 의무론과 윤리주의로, 모두 인간 행위의 옳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또한 인간의 보편성을 상정하여 그로부터 항구적인 원리를 이끌어내려는 점도 같다. 하지만 양자가 중시하는 가치 및 도덕의 규정 방식이 상이하다.
우선 각자가 중시하는 가치에 주목하자면, [가]의 의무론은 계량 불가능한 가치인 개별적 존엄성을 중시한다. 그 이유는 도덕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무절제한 욕구의 한계선을 지정하는 것이고,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한계선이 바로 인간의 존엄성이기 때문이다. 반면 [나]의 공리주의는 계산 가능한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도덕의 토대로 본다. 모든 인간은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추구하므로, 행복 증진이 보편적 옳음이기 때문이다.
앞선 논의를 도덕에 대한 규정와 연결 지어 대조해볼 수 있다. [가]는 존엄성을 중시하기에 도덕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의무감과 동기로 규정된다. 할머니에게 정직하게 행위한 상인이 비도덕적인 이유는 할머니를 하나의 영리 수단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존엄성은 내재적 가치이기 때문에 마음속 동기만으로도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공리주의적 관점은 행복을 중시하므로, 다수의 행복을 초래하는 모든 행위가 도덕으로 규정된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협력이 옳은 이유는 그들이 내심 상대를 존중하거나 신의를 좌우명으로 삼아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다수의 행복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특히 [가]가 정의한 도덕은 결과를 고려하지 않으므로 [나]의 공리주의에 담긴 결과 중심적 판단과 대조하면 과정 중심적 윤리로 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