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지난 7일 1208.8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말을 지나 10일 다시 열린 시장에서는 121.79달러로 마감했다. 1200달러를 넘던 주가가 갑자기 120달러 선으로 낮아진 것은 엔비디아가 10분의 1로 액면분할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액면분할은 한 주당 액면가를 잘게 쪼개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엔비디아의 이번 액면분할로 기존 주주들은 1주당 9주를 추가로 받아 보유 주식 수가 10배로 늘어났다. 주가 낮아지지만 기업가치는 변함 없어액면분할은 단순히 주식의 액면 가치를 쪼개는 것으로, 이걸 한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주당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의 진입이 용이해져 거래가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액면분할 이후 일주일 동안 이 회사 주식을 3억5678만달러(약 50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전 일주일과 비교해 90% 증가한 규모다.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은 통상 거래가 유연하고 유동성이 높은 주식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엔비디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던 2021년 7월에도 4분의 1로 액면분할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한 달 동안 주가가 12% 상승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국민주’인 삼성전자도 액면분할을 통해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2018년 주가가 250만원까지 뛰자 50 대 1 액면분할을 결정해 한 주당 가격을 5만원대로 떨어뜨렸다. 이후 동학개미운동을 거치면서 삼성전자 주주 수는 10배로 불어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들어 미국에서 주식을 분할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다음 순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7대 기술주를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테슬라·엔비디아) 중에서 메타를 제외하곤 모두 주식분할을 했다는 점에서다. 메타 주가는 2022년 11월 초에 찍은 저점(88.91달러)에 비해 6배 이상 오른 상태다. 삼성전자는 ‘50분의 1’ 분할 후 주주 급증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는 지난 5일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8개월 만인 올 2월 2조 달러를 뚫었고, 4개월 만에 한 단계 더 올라선 것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시총 3조 달러대에 진입한 세 번째 기업이 됐다. 이 회사는 AI 가속기 시장의 98%,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엔비디아는 AI 산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극소수 회사 중 하나”라며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