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셰일가스

그러던 중 미국의 한 채굴업자가 1998년 ‘수압파쇄법’을 개발해내요. 셰일 오일이 있는 암석층에 수평으로 파이프를 넣고, 500℃에 달하는 고온의 기체를 내보내요. 여기에는 계면활성제, 부식제, 프로판트라 불리는 알갱이들이 포함됩니다. 이 중 프로판트는 오일과 가스가 암석 사이를 통과할 수 있도록 틈새를 유지시켜요. 지반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초기에는 호두 껍질, 모래, 유리 등이 프로판트로 쓰였어요. 이제는 고품질 철반석(보크사이트)이 많이 쓰입니다. 이렇게 암석 틈 사이에 있는 오일과 천연가스를 뽑아내는 거죠.
만약 포항 앞바다에 있는 매장 예상지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경제성 있는 수준으로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수압파쇄법 등을 포함한 다양한 첨단기술이 동원되겠죠. 하지만 경제성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미국은 수많은 기술개발과 셰일 오일 업체 간 경쟁으로 낮은 생산 단가를 만들어냈어요. 비용이 높은 해저 시추에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국제 세를 바꾼 셰일가스수압파쇄법을 이용한 셰일오일 덕에 미국은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단숨에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됐어요.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정세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가가 되고 석유 수입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사실상 에너지 독립을 했지요. 더 이상 중동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죠. 중동국가들의 연합체인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이제 딜레마에 놓였어요. 유가가 오르면 자기들에겐 이익이 되지만 동시에 미국 셰일 업체들의 생산을 부추기게 돼요. 공급을 늘려 유가를 낮게 유지하면 자신들의 이익이 줄죠. 셰일 업체들의 생산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건 중동의 생존을 위협할 만한 문제입니다.
러시아가 전쟁과 외교 문제 등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파이프의 밸브를 잠갔을 때도 셰일 가스를 가득 채운 배들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했어요. 중동과 러시아가 에너지 패권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된 겁니다. 왜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막 한가운데에 첨단 도시를 지으려고 하는건지도 여기서 알 수 있어요. 석유 패권이 흔들린 만큼 금융 등 다른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죠. 환경오염 우려도환경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의아한 점이 있을 겁니다. 땅속 암석을 부수면, 환경 파괴 우려는 없을까 하는 점이죠. 실제 셰일 오일을 놓고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도 환경문제입니다. 수압파쇄로 인해 부서진 유류층은 다른 단층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됐어요. 지진 활동 증가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했고요.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암석 틈 원유·가스가 세계 에너지 패권 바꿔](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1075199.1.jpg)
고윤상 기자 NIE 포인트1. 셰일가스의 기술적 특징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2. 셰일가스가 가져온 국제 정세 변화를 말해보자.
3. 셰일가스를 둘러싼 우려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