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방안, 합리적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AA.36865613.1.jpg)
초고압 철탑 건설에 따른 주변 지역 주민의 건강 훼손, 환경파괴 논란이 적지 않다. 이런 데서 갈등이 커지면서 송전 비용도 발전소 건설 못지않게 많이 든다. 이런 갈등은 결국 돈 문제, 즉 비용으로 수렴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정책적으로 전기요금을 동결한 결과 한국전력은 거대한 빚더미에 억눌리는 빈사지경의 공룡이나 다름없다. 필요한 돈이 없어 기술 투자도 하지 못한 채 젊은 직원까지 명예퇴직으로 내보내는 실정이다.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한전의 부실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차원에서도 전력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에 대한 정책적 부담이 적지 않다. 따라서 지역별 차등화로 대도시 및 산업 지역 요금을 올리는 것은 유효한 방편이다.
결국 발전소와 거리가 먼 곳에 ‘추가 배달비’ 부과는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최대의 전력 수요처가 서울 등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과다 사용 지역에 부담을 더 지울 수밖에 없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유도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과소비 지역의 공공요금 가산제도는 인구와 산업·경제의 서울 집중도 완화할 것이다.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등도 점차 수도권을 탈피해 전력 요금이 싼 지방으로 이전·확산할 수 있다.[반대] 대도시 겨냥 편법 요금 올리기…서울 병원 원정 환자, 진료비 더 내나말이 쉬워 배달비 청구일 뿐 배달 비용에 대한 원가계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배달비로 따지자면 대도시나 공업단지 같은 지역은 오히려 적게 들 수 있다. 가령 수천 가구가 좁은 곳에 밀집된 대형 아파트의 경우 한전은 단지 입구까지만 전력을 배달해주면 각 가정이 알아서 전기 시설을 스스로 설치·도입해 쓴다. 한꺼번에 5000가구분 전력을 배달하니 비용이 더 싸다. 많은 공장이 있는 산업단지에도 대용량을 일거에 배달하니 배달 비용은 의외로 비싸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소수의 주택이 드물게 흩어져 있는 산간이나 어촌 도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전봇대를 세우고 변전소를 만드느라 더 큰 비용이 든다.
지역별 차등화는 결국 전력 요금을 올리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일괄적인 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우니 대도시를 겨냥해 선택적으로 올리겠다는 편법 논리다. 전력 문제를 요금 차원에서 보면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올리는 게 맞다. 인건비와 원료, 에너지의 국제가격이 올라 생산 원가가 더 들면 소비자에게 적절한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정상적 수요 공급과 가격체계를 무시한 채 기형적인 한전의 경영을 유지하려는 비정상적인 변죽 울리기일 뿐이다.
지역 차별 논리라면 서울의 대형 병원 치료비도 진료자 주소지에 따라 달리 받아야 한다. ‘5대 병원’을 비롯해 서울의 병원엔 환자가 넘쳐나고, 웬만한 지방 병원은 환자가 없어 병원 경영과 의료 발전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역에서 굳이 서울로 이동해서 치료받으려는 경우에는 진료비를 더 받아 서울에 집중되는 것을 막자는 논리도 타당해진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동일한 의료수가제, 국가 주도 균일 공공 건강보험제도를 운용하는 터에 서울 대형 병원으로 집중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지방 환자에게 치료비를 더 부과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같은 논리다. 지역별 차등제가 과소비를 개선한다는 보장도 없다.√ 생각하기- 업종·시간대별 차등 시행…고품질·안정 공급 '전력산업 구조개선' 중요
![[시사이슈 찬반토론]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방안, 합리적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AA.30636779.1.jpg)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