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논술 출제 방식과 주제에 대한 기본이해 (3)
대입 논술에서 출제되는 다양한 주제는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중에서도 더 많이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주제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러한 주제들은 현대사회의 쟁점이나 시사적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기에 인문계열 학생들은 평소 숙고하고 토론하며 그에 대한 생각을 길러야 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생글생글> 인문 칼럼에서도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지속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들을 위 주제의 순서대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논술 출제 방식과 주제에 대한 기본이해 (3)
이번 호에서 다룰 주제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사회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사회구조가 오랜 시간 유지되면 일종의 사회구조가 형성됩니다. 개인은 이러한 사회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사회의 규범과 양식 아래에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개인은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행동을 해 사회의 안정화에 기여하기도 하고, 기존의 사회질서로부터 벗어난 저항적 행동으로 사회를 개혁하거나 일탈적 행위로 사회 질서를 훼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개인과 사회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회현상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게 되므로, 대립하는 관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중에서 사회의 영향력에 따라 양자를 나누는 관점으로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다루는 사회실재론과 명목론이 있습니다. 우선 사회실재론은 사회가 개인의 외부에 실제로 존재하고 개인의 특성과는 다른 사회 자체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이 관점에서 사회는 개인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따라서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 개인의 자력으로는 항거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사회명목론은 사회가 별개로 존재하지 않고 단순히 이름만 있다는 관점입니다. 이 관점에서 개인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며 사회는 개인의 총합과 다름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회계약설은 개인의 계약으로 국가가 성립한다는 것이므로 사회명목론과 관련됩니다. 이 경우 사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의 능동적 주체성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둘을 형식적으로만 이해할 경우 제시문에서 구분할 때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관계의 가장 핵심적 특징을 이해하고, 여러 텍스트에 적용해서 판단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개념을 바탕으로 아래의 제시문들이 어느 관점에 해당하는지 이해해봅시다.
<1> 자연은 인류를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주권자의 지배 아래 두어 왔다. 우리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지시하고, 또 우리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다만 고통과 쾌락뿐이다. 공리성의 원리란 어떠한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정하되 그 행동이 당사자의 행복을 증대시켰는지 혹은 감소시켰는지에 따라 판정하는 원리다. 따라서 이 원리는 한 개인의 모든 행동뿐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어떤 사람이 어떤 행위 또는 어떤 정책에 대하여 주는 시인 또는 부인이, 사회의 행복을 증대시키거나 감소시킨다고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경향에 의하여 결정되고, 또 그와 같은 경향에 비례하여 행하여지는 경우, 그 사람은 공리성의 원리의 가담자라고 말할 수 있다.
<2> 사람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추구하게 마련이어서, 그대로 내버려두면 서로 싸우고 빼앗고 하여 양보란 없을 것이다. 나면서부터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게 마련이므로, 그대로 내버려두면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여 진실과 믿음은 사라진다. 또한 나면서부터 귀로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눈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려는 감각적 욕망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좇으면 무절제하게 되어 사회규범으로 지켜야 할 예의나 규범의 형식과 이치(理致)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타고난 성질이나 감정에 맡겨버린다는 것은 반드시 서로 싸우고 다투어 사회의 질서를 깨뜨리고 세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반드시 군주와 스승이 법도로 교화하고 예의로 이끌어야 남에게 사양할 줄도 알고 사회의 질서를 지킬 줄도 알아 세상의 평화가 유지될 것이다. 성왕(聖王)이 이를 위해 예의를 일으키고 법도를 세워서 성정(性情)을 교정하고 훈련함으로써 사회규범에 따르고 도리에 맞도록 한 것이다.
(해설) 제시문 1은 벤담의 공리주의 내용입니다. 그는 자기 시신조차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게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겨 박제되어 있을 정도로 공리주의적 관점의 선구자입니다. 그의 생각은 인간 행위의 기초에 대한 철학적 관찰로부터 시작합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쾌락과 고통의 정도가 올바른 도덕적 행위이자 사회적 원리의 기초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의 성질이 결국 개인의 특성으로부터 형성되는 것으로 사회명목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그는 “이 원리는 한 개인의 모든 행동뿐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해설) 제시문 2는 순자의 인간본성론과 예치주의 사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순자는 인간이 본래 자율적이며 자기 이익을 감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각 능력을 갖추고 있는 독립적 존재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격이 제한된 자원 위에 놓이면 필연적으로 다툼이 되고야 맙니다. 이는 순자 당시의 사람들이 겪고 있던 수많은 전쟁의 원인으로 보였을 거예요. 따라서 순자는 이러한 본성이 사회적으로는 악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 제시문을 개인과 사회의 관점으로 이해해봅시다. 개인의 천성이 사회의 성격을 규정하기 때문에 성왕이 규범을 만들어서 개인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특성이 사회를 형성하고, 또 더 훌륭한 개인이 다른 개인들을 통제하자는 생각이기에 사회명목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른 제시문들을 더해 논술 문제 형식으로 생각의 폭을 넓혀보도록 하겠습니다.
포인트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사회현상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게 되므로, 대립하는 관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 사회의 영향력에 따라 양자를 나누는 관점으로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다루는 사회실재론과 명목론이 있습니다. 이 둘을 형식적으로만 이해할 경우 제시문에서 구분할 때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관계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여러 텍스트에 적용해서 판단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