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이 실직하면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는다. 월급 기준으로 직원과 회사(사용자)가 법에 정해진 일정 비율의 고용보험료를 낸 결과다. 의무가입의 사회보험이다. 정년퇴직을 포함해 근로자가 실직하면 일한 기간에 따라 4~9개월의 이 실업급여를 받는데, 반복해서 받을 수 있다. 결국 고용보험 운영을 위한 기금이 부족해져 정부 예산으로 메꾸고 있다.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면서 기금도 모자라고, 일부러 재취업을 기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가 ‘5년간 3번’ 실업급여를 받을 경우 세 번 째에는 받는 돈을 절반만 주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개선이 안 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과도한 실업급여 때문에 재취업을 회피한다는 도덕적 해이 지적까지 생기는 반복 실업급여 수급, 이대로 내버려둘 일인가. [찬성] 핵가족·1인 가구 시대 실업 '최악 상황'…사회안전망 강화는 현대 국가 트렌드현대사회 도시 생활 근로자들에게 일자리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근본적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씨족 기반의 전통적 농경사회나 공동체 생활이 보편적이던 전근대의 삶과는 너무도 달라졌다. 현대 산업사회는 전문화·분업화를 기반으로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가 발달하고 사회가 고도화되고, 도시화가 심화될수록 1인 가구의 비중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농어업 기반의 공동체가 아닌 이런 사회에서 실업은 곧 생존의 직접적 위협을 의미한다. 의식주를 나누며 함께 살펴줄 이웃은 물론 가족조차 없는 상황에서 실업은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린다.
한국의 경제가 발전했다지만 많은 핵가족과 1인 가구에는 저축금도 넉넉하지 않다. 빚으로 굴러가는 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질적 기반이 풍요로워지고 생활수준도 윤택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일하고 돈을 벌어야 유지되는 생활 및 경제 시스템이 돼버렸다. 이런 구조에서 직장과 일터에서 내몰리면 몇 달 정도라도 버틸 저축금을 가진 가구가 많지 않다. 형제가 있다고 해도 경제 문제는 독립적인 경우가 많아 부모 자식 사이가 아니라면 경제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사회가 실직·실업자들을 더 살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난다. 제도를 더 촘촘히 해서 실업의 힘든 시기를 넘기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제도를 통한 실업급여는 그런 취지를 살리는 최소한의 대비책이고, 적은 비용으로 사회 붕괴를 예방하는 안전책이다. 이런 사회안전망은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직자는 본인 의지와 관계없는 비자발 실업인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수준의 사회적 지원금인 실업급여로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손길을 내밀어야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 노인 빈곤율과 최악의 노인 자살률 등을 보면 한국의 실업 안전망은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고용보험을 확충하고, 이 기금이 모자라면 정부 예산으로 계속 지원해야 한다. [반대] 구직급여 노려 취업 기피 '도적적 해이'…최저임금보다 많고 OECD 최고 금액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손대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최소 기간(180일)만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느슨한 제도 탓에 이 돈이 ‘눈먼 돈’이 되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억지로 잠시 취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업급여를 노리고 자기 직장에 억지로 해고를 요청하거나 잘리기 위해 고의로 태업할 정도로 고용 현장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실업자가 된 뒤에도 구직은 형식으로 시늉만 하고 막상 일자리가 주어져도 기피하는 ‘가짜 구직자’도 드물지 않다. 실업과 재취업을 반복한 실업급여 수급자가 연간 11만 명, 그로 인한 지출액이 5000억원에 달한다는 정부 통계도 있다.
실업급여는 근로자와 회사(고용주)가 엄연히 일정 부분씩 매달 내는 하나의 보험이다. 보험제도가 유지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요건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쉽게, 많이 주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는 자발적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부정수급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주도 ‘좋은 게 좋다’는 인식에서 스스로 그만두는 근로자에 대해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하도록 서류를 꾸며준다. 결국 정부 예산 지원 없이는 제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됐다.
직장에 다닐 때의 교통비와 세금·준조세 등 떼는 돈을 감안하면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가 오히려 더 많은 하한액(2024년 189만원) 기준도 문제다. 이렇게 많이 주니 일하지 않으려 한다. 하한액은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손을 못 댄다. 국회 역시 노동계를 의식해 움직이지 않는다. 반복 수급만이 문제가 아니다. 하한액도 줄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고용보험 자체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정부가 할 일은 근로자들이 더 오래 일할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 생각하기 - 지급액 낮추고 재취업 프로그램 강화로 실업자 줄이는 게 해법 사회안전망은 필요하지만, 너무 이상적으로 잘 짜려다 보면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 실업급여가 부족하면 실업자의 어려움이 크지만, 많이 주면 재취업을 기피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6개월 일하고 일부러 사표 내 몇 달 실업급여 받고, 수급 기간이 다 되면 억지로 취업하는 식의 반복을 제도가 부추겨선 안 된다. 여러 번 반복 수급자에 대한 제한은 필요하다. 하한액 낮추기도 그래서 필요하다. 실업자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더 많은 일자리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즉 경제 발전이다. 아울러 실업자가 고용시장에 조기 복귀하도록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갖추고 관련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실업 예산은 밑 빠진 독 같은 실업급여 기금에 마구 투입할 게 아니라 이런 데 써야 한다. 제도를 합리화해서 고용보험이라는 실업 부조가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한국의 경제가 발전했다지만 많은 핵가족과 1인 가구에는 저축금도 넉넉하지 않다. 빚으로 굴러가는 경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질적 기반이 풍요로워지고 생활수준도 윤택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일하고 돈을 벌어야 유지되는 생활 및 경제 시스템이 돼버렸다. 이런 구조에서 직장과 일터에서 내몰리면 몇 달 정도라도 버틸 저축금을 가진 가구가 많지 않다. 형제가 있다고 해도 경제 문제는 독립적인 경우가 많아 부모 자식 사이가 아니라면 경제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사회가 실직·실업자들을 더 살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난다. 제도를 더 촘촘히 해서 실업의 힘든 시기를 넘기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제도를 통한 실업급여는 그런 취지를 살리는 최소한의 대비책이고, 적은 비용으로 사회 붕괴를 예방하는 안전책이다. 이런 사회안전망은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직자는 본인 의지와 관계없는 비자발 실업인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수준의 사회적 지원금인 실업급여로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손길을 내밀어야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 노인 빈곤율과 최악의 노인 자살률 등을 보면 한국의 실업 안전망은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고용보험을 확충하고, 이 기금이 모자라면 정부 예산으로 계속 지원해야 한다. [반대] 구직급여 노려 취업 기피 '도적적 해이'…최저임금보다 많고 OECD 최고 금액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손대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일 뿐이다. 최소 기간(180일)만 일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느슨한 제도 탓에 이 돈이 ‘눈먼 돈’이 되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억지로 잠시 취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업급여를 노리고 자기 직장에 억지로 해고를 요청하거나 잘리기 위해 고의로 태업할 정도로 고용 현장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실업자가 된 뒤에도 구직은 형식으로 시늉만 하고 막상 일자리가 주어져도 기피하는 ‘가짜 구직자’도 드물지 않다. 실업과 재취업을 반복한 실업급여 수급자가 연간 11만 명, 그로 인한 지출액이 5000억원에 달한다는 정부 통계도 있다.
실업급여는 근로자와 회사(고용주)가 엄연히 일정 부분씩 매달 내는 하나의 보험이다. 보험제도가 유지하려면 엄격한 기준과 요건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쉽게, 많이 주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에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는 자발적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부정수급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주도 ‘좋은 게 좋다’는 인식에서 스스로 그만두는 근로자에 대해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하도록 서류를 꾸며준다. 결국 정부 예산 지원 없이는 제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됐다.
직장에 다닐 때의 교통비와 세금·준조세 등 떼는 돈을 감안하면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가 오히려 더 많은 하한액(2024년 189만원) 기준도 문제다. 이렇게 많이 주니 일하지 않으려 한다. 하한액은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손을 못 댄다. 국회 역시 노동계를 의식해 움직이지 않는다. 반복 수급만이 문제가 아니다. 하한액도 줄여야 한다. 이대로 가면 고용보험 자체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정부가 할 일은 근로자들이 더 오래 일할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 생각하기 - 지급액 낮추고 재취업 프로그램 강화로 실업자 줄이는 게 해법 사회안전망은 필요하지만, 너무 이상적으로 잘 짜려다 보면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 실업급여가 부족하면 실업자의 어려움이 크지만, 많이 주면 재취업을 기피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6개월 일하고 일부러 사표 내 몇 달 실업급여 받고, 수급 기간이 다 되면 억지로 취업하는 식의 반복을 제도가 부추겨선 안 된다. 여러 번 반복 수급자에 대한 제한은 필요하다. 하한액 낮추기도 그래서 필요하다. 실업자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더 많은 일자리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즉 경제 발전이다. 아울러 실업자가 고용시장에 조기 복귀하도록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갖추고 관련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실업 예산은 밑 빠진 독 같은 실업급여 기금에 마구 투입할 게 아니라 이런 데 써야 한다. 제도를 합리화해서 고용보험이라는 실업 부조가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