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바람 값, 햇빛 값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풍력과 태양 에너지는 공공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이익을 강제로 공유하자는 것이다.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소는 정부와 지자체의 인허가를 거친 사업인데 ‘공공발전 기금’을 추가로 내놓으라는 것이다. 강원도·전라북도·제주도처럼 특별자치도법을 만든 곳에서 주로 그런다. 중앙정부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제주도와 전라남도는 도 경계 지역인 추자도의 풍력 사업을 놓고 서로 이익 갈등도 벌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 이익공유제’는 공공개발 차원에서 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봉이 김선달식 이익 강탈로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지자체의 바람 값, 햇볕값 요구는 타당한가. [찬성] 바람·햇빛은 공공재산, 지역개발에 활용…조례·법적 근거 통한 재정난 타개책최근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강원도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이익공유제 근거를 포함한 안을 정부(산업부)에 보내 협의를 시작했다. 강원도 관내 육상과 해상의 풍력자원 잠재력을 사업화하고 공공기금화하겠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반대하지만, 강원도 입장을 살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도 2024년 말부터 시행하는 전북특별법에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와 협의 중이다.
전북도와 강원도의 이런 움직임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전남 신안군을 뒤따라 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의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라는 조항에서 “도지사는 제주도의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도 조례로 “영업이익 중 17.5% 이상의 공유화 기금을 내야 한다”고 구체화하고 기금을 걷고 있다. 제주도는 풍력을 넘어 태양광에 대해서도 같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 이 같은 정책은 신안군에서 확산됐다.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정책’을 내세워 2018년 조례를 만들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로부터 ‘햇빛연금’을 징수해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재원 확대를 위한 지자체의 힘겨운 노력이다. 한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감사원 감사도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그대로 넘어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각 지역은 인구감소에 경제침체의 이중고가 심각하지만 이를 타개할 재원도 없다. 재정자립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중앙정부가 주는 지원금(교부세)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각 지역에 풍부한 천연자원을 지자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한강 물을 사계절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로 사용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이 발전하는 만큼 그에 따른 경제적 성과를 넓은 수원 지역인 강원도에 교부세 등으로 더 지급해야 한다. [반대] 초헌법적 '봉이 김선달' 횡포…투자 막고 재생에너지 산업 위축시킬 것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한 지자체의 횡포다. 무엇보다 초헌법적 발상으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바람과 햇볕은 어떤 경우에도 사유화할 수 없다. 사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근거가 헌법 어디에도 없다. 강원도·전라북도 등의 특별법 관련 조항은 위헌 발상이며,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법적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흘러가는 바람이 어떻게 사적 소유물이 될 수 있으며, 어떤 근거로 지자체가 소유권이나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풍력과 태양광 시설에 대한 허가에서 볼 때, 그 부지(위치)에 대한 행정권은 가능하다. 그런 과정에서 환경 영향과 주민 피해 여부가 모두 평가받기 때문에 인허가로 지자체 개입은 끝나는 게 정당하다. 정상적 행정행위가 끝난 뒤에 바람 값을 내놓으라고 하면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무리한 이익공유제는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풍력 사업자나 태양광 사업자는 공유이익 몫으로 시·도, 시·군에 내는 것을 결국 원가에 추가로 포함할 것이다. 한국전력이 이에 맞춰 전기요금에 다시 전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의 17.5%이라면 세금이라 해도 가혹한 징세다. 이 정도 이익을 관(官, 지방정부)에 뜯긴 채 감내할 사업주는 어디에도 없다. 정당성에 대한 법적 다툼이 빚어지면 소송비용까지 소비자에 모두 전가될 것이다.
원초적 천연자원인 공유재에 대한 지자체의 ‘이익 침탈’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의 위축과 퇴보를 초래할 것이다. 바람·햇빛 이익공유제가 더 확대돼 보편화되면 어떤 사업가나 자본이라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 들지 않게 된다. 그러면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이 무너진다. 현재 추자도 풍력 사업은 외국의 에너지 기업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이익 공유가 본격화되면 이런 유럽의 선진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로 인해 통상마찰로 비화하기라도 하면 더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다. 국제분쟁에서 한국 지자체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 생각하기 - 기업 활동 위축·통상마찰 등 '정책 리스크' 경계해야…결국 소비자 전가 지역 위축의 시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적·재정적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말 그대로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유재에 대한 개념 정리와 인식, 중앙과 지방 정부 권한 행사에 대한 범위와 한계를 정립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이 무엇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느냐 못지않게 정부가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되고 자제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대외적 관계나 경제발전에서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에서의 투자를 가로막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법적 안정성이 어떤지에 대한 원칙과 확신이 없는 경우다. 자연에 대한 이익공유제도 그런 사례다. 민간과 공공이 이런 문제로 충돌할 경우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요구하게 된다. 이래서 독립적 법원이 중요하다. 정상적으로 세금 다 낸 사업자에게 추가 부담금 부과하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전북도와 강원도의 이런 움직임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전남 신안군을 뒤따라 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의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라는 조항에서 “도지사는 제주도의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도 조례로 “영업이익 중 17.5% 이상의 공유화 기금을 내야 한다”고 구체화하고 기금을 걷고 있다. 제주도는 풍력을 넘어 태양광에 대해서도 같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 이 같은 정책은 신안군에서 확산됐다. 신안군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정책’을 내세워 2018년 조례를 만들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로부터 ‘햇빛연금’을 징수해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재원 확대를 위한 지자체의 힘겨운 노력이다. 한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감사원 감사도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그대로 넘어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각 지역은 인구감소에 경제침체의 이중고가 심각하지만 이를 타개할 재원도 없다. 재정자립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중앙정부가 주는 지원금(교부세)에 의존해 버티고 있다. 각 지역에 풍부한 천연자원을 지자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한강 물을 사계절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로 사용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이 발전하는 만큼 그에 따른 경제적 성과를 넓은 수원 지역인 강원도에 교부세 등으로 더 지급해야 한다. [반대] 초헌법적 '봉이 김선달' 횡포…투자 막고 재생에너지 산업 위축시킬 것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한 지자체의 횡포다. 무엇보다 초헌법적 발상으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바람과 햇볕은 어떤 경우에도 사유화할 수 없다. 사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근거가 헌법 어디에도 없다. 강원도·전라북도 등의 특별법 관련 조항은 위헌 발상이며,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법적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흘러가는 바람이 어떻게 사적 소유물이 될 수 있으며, 어떤 근거로 지자체가 소유권이나 관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풍력과 태양광 시설에 대한 허가에서 볼 때, 그 부지(위치)에 대한 행정권은 가능하다. 그런 과정에서 환경 영향과 주민 피해 여부가 모두 평가받기 때문에 인허가로 지자체 개입은 끝나는 게 정당하다. 정상적 행정행위가 끝난 뒤에 바람 값을 내놓으라고 하면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무리한 이익공유제는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풍력 사업자나 태양광 사업자는 공유이익 몫으로 시·도, 시·군에 내는 것을 결국 원가에 추가로 포함할 것이다. 한국전력이 이에 맞춰 전기요금에 다시 전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의 17.5%이라면 세금이라 해도 가혹한 징세다. 이 정도 이익을 관(官, 지방정부)에 뜯긴 채 감내할 사업주는 어디에도 없다. 정당성에 대한 법적 다툼이 빚어지면 소송비용까지 소비자에 모두 전가될 것이다.
원초적 천연자원인 공유재에 대한 지자체의 ‘이익 침탈’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의 위축과 퇴보를 초래할 것이다. 바람·햇빛 이익공유제가 더 확대돼 보편화되면 어떤 사업가나 자본이라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 들지 않게 된다. 그러면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이 무너진다. 현재 추자도 풍력 사업은 외국의 에너지 기업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이익 공유가 본격화되면 이런 유럽의 선진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로 인해 통상마찰로 비화하기라도 하면 더 큰 손실이 생길 수 있다. 국제분쟁에서 한국 지자체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 생각하기 - 기업 활동 위축·통상마찰 등 '정책 리스크' 경계해야…결국 소비자 전가 지역 위축의 시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적·재정적 어려움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말 그대로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유재에 대한 개념 정리와 인식, 중앙과 지방 정부 권한 행사에 대한 범위와 한계를 정립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이 무엇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느냐 못지않게 정부가 어떤 일을 해서는 안 되고 자제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대외적 관계나 경제발전에서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에서의 투자를 가로막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법적 안정성이 어떤지에 대한 원칙과 확신이 없는 경우다. 자연에 대한 이익공유제도 그런 사례다. 민간과 공공이 이런 문제로 충돌할 경우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요구하게 된다. 이래서 독립적 법원이 중요하다. 정상적으로 세금 다 낸 사업자에게 추가 부담금 부과하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