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플레이션
쿠팡이 유료 멤버십 제도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2년여 만에 큰 폭으로 인상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e커머스 업체와의 본격 경쟁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지난 13일 신규 가입자부터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올렸다. 와우 멤버십은 지난해 말 기준 1400만 명이 이용하고 있어 대중이 체감하는 부담도 그만큼 크다. 쿠팡이 요금을 단숨에 58.1% 올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래도 편익이 더 크다”는 반응과 “인상 폭이 과도해 탈퇴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OTT 이어 e커머스까지…구독료 줄인상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e커머스를 중심으로 구독료 인상이 줄을 이으면서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쿠팡 측은 “와우멤버십 회원은 무료 배송·반품과 쿠팡플레이 무료, 쿠팡이츠 무료 배달 등 10종 이상의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유튜브,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은 최근 반 년 사이 요금을 잇달아 올려 월 1만원 이하 요금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유튜브는 지난해 말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2.6% 인상했다. 디즈니플러스는 9900원에서 1만3900원, 티빙은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그나마 넷플릭스와 티빙에는 광고를 시청하는 조건의 월 5500원 요금제가 있다. OTT와 제휴한 통신 구독 서비스 이용료도 자연스럽게 동반 상승했다. KT는 다음 달 1일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을 포함한 구독 상품의 월 이용료를 9450원에서 1만3900원으로 인상한다.
플랫폼 기업의 연이은 가격 인상이 ‘서민 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는 OTT를 1인당 평균 2.1개 구독하고, 월 이용료로 1만2005원을 지출한다. 쿠팡, 네이버 등의 쇼핑 멤버십과 멜론, 스포티파이 등 음원 구독료까지 더하면 매달 수만 원씩 쓰는 사례도 많아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인상 발표를 두고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켓배송은 한번 이용한 소비자를 계속 묶어놓는 ‘록인 효과’가 큰 만큼 값을 올려도 탈퇴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싼값에 손님 모은 뒤 가격 올려” 비판도 다만 “총선이 끝나자마자 58.1% 인상을 발표한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다. 쿠팡의 멤버십 요금 인상은 2021년 12월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1%를 올린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파격적 혜택을 내세워 국내 e커머스 시장 1위에 오른 쿠팡이 앞으로 요금 인상이나 혜택 축소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쿠팡을 분기에 한 번 이상 이용한 사람은 작년 말 기준 2100만 명으로 1년 새 1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