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화폐경제
그동안 소개한 다양한 경제학 원론은 주로 실물경제를 중심으로 한 이론이었다. 실물경제는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상품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다양한 경제 현상을 말한다. 상품의 거래와 관련된 현상은 미시경제학 분야에서 소개했고, 상품의 생산 규모와 관련된 현상은 거시경제학에서 살펴봤다. 상품과 관련된 경제 분야를 실물경제라고 분류하는 경우 이와 대비되는 경제 분야는 ‘화폐경제’라고 부른다. 화폐경제는 쉽게 생각하면 돈과 관련된 경제 현상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누구나 돈이 무엇인지 알고,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음에도 돈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 현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워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주부터는 몇 주에 걸쳐 화폐경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화폐경제는 실물경제와 별도로 작동하는 경제 현상이라기보다 동전의 앞뒤와 같이 함께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화폐경제 현상도 실물경제 현상처럼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그럼에도 경제학에서는 화폐에 대한 설명을 거시경제 부문에서 다루고 있다. 이는 화폐가 경제성장이나 불황과 호황에 영향을 미쳐 한 나라의 생산량과 물가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화폐가 생산량과 물가에 미치는 효과나 정도에 대해서는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가 서로 설명을 달리하지만 그 효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학파나 장기와 단기의 관점으로 화폐경제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볼 것이다. 먼저 화폐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살펴보기에 앞서 화폐의 일반적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에게는 화폐보다 돈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돈이나 화폐, 통화 모두 같은 의미로, 영어로는 모두 money로 표현한다. 일상생활에서 돈은 화폐의 의미를 벗어나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한다. ‘돈을 많이 번다’라는 표현에서 돈은 화폐의 의미보다 소득의 의미로, ‘돈이 많다’라는 표현에서 돈은 재산의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일상에서는 돈을 넓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경제학에서는 화폐나 통화와 같은 의미로 교환이나 지불수단의 의미로만 쓰인다.
화폐를 교환이나 지불수단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폐나 동전과 같은 현금(cash)일 것이다. 근래에 들어 현금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화폐의 범주 안에는 현금 이외에도 수표, 어음, 신용카드처럼 교환에 사용되거나 거래의 지불수단이 되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현금 없이도 다양한 수단으로 교환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화폐는 무엇이며, 어느 범위까지 화폐라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처럼 예전에는 화폐의 범주에 들어간 물건이 이제는 화폐가 아닌 경우도 있으므로 경제학에서는 편의상 화폐가 담당해야 할 기능을 먼저 정의하고,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화폐로 정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화폐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교환의 매개와 가치저장, 가치척도로 정의한다. 교환매개(medium of exchange)의 기능은 화폐를 교환과 거래의 일반적인 지불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가 없다면 물물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화폐를 통한 교환은 교환의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화폐의 가장 중요하고 본원적인 기능이다.
화폐의 가치저장(store of value) 기능은 한 시점에서 다른 시점까지 구매력을 보관해주는 역할이다. 곡물 등도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변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가장 선호되는 것은 화폐다.
마지막으로 가치척도(unit of account)의 기능은 각 상품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세 가지 기능을 하는 것을 화폐라고 정의하는데, 이런 기능을 갖는 화폐에는 어떤 것까지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이후에 살펴볼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화폐의 기능은 일반적으로 교환의 매개와 가치저장, 가치척도로 정의한다. 교환매개 기능은 화폐가 교환과 거래의 일반적인 지불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가 없다면 물물교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물건을 가진 사람을 찾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가치저장 기능은 한 시점에서 다른 시점까지 구매력을 보관해주는 역할이다. 곡물 등도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변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가장 선호하는 것은 화폐다. 가치척도 기능은 각 상품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