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AI 일기예보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3년은 세계 평균기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다. 올해도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북반구는 북극 한파와 이례적인 겨울 폭풍·폭설 등 혹독한 추위가, 남반구는 40℃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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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그래프캐스트' 등 선보여

기후변화로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이변이 늘어나면서,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우선 기상학자들이 날씨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알아보자. 기상학자들은 ‘수치예보 모델’을 이용해 일기예보를 만든다. 수치예보 모델은 지구의 기상시스템을 대기 상태와 운동을 지배하는 역학 및 물리 방정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먼저 전 세계 땅, 하늘, 바다에 설치된 기상관측소, 위성 및 해양 장비 등을 통해 기온, 기압, 습도, 바람 등의 기상관측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수치예보 모델을 이용해 미래의 날씨를 예측한다.

수치예보 모델은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먼저 대기의 큰 흐름이나 운동을 정의하는 역학 방정식을 계산한다. 지구를 바둑판처럼 수평과 연직 방향의 수많은 격자로 나눠, 대기의 움직임과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물리 방정식을 푸는 것이다. 다음은 강수, 대류현상, 난류 등과 같이 작은 규모에서의 물리적 현상을 계산하는 과정이다. 연산량이 엄청나므로 일반 컴퓨터로는 불가능해 슈퍼컴퓨터를 사용한다. 슈퍼컴퓨터의 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기상학자들은 후처리 및 검증 과정을 거쳐 최종 일기예보를 완성한다.

정확한 일기예보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살펴본 것처럼 기상 예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AI 기술이 발전하자, 글로벌 IT 기업들은 기상 예측에도 AI를 활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IBM은 2018년 기존 수치예보 모델보다 해상도가 3배나 높아진 AI 기반 기상예측 모델 ‘그래프(GRAF)’를 선보였다. 기존 모델은 10~15㎢ 지역의 기상 정보를 6~12시간마다 탐지하는데, 그래프는 3㎢ 단위의 기상 정보를 매시간 예측한다. 중국의 화웨이의 ‘팡구-웨더(Pangu-Weather)’, 엔비디아의 ‘포캐스트넷(FourCastNet)’ 등 정확도가 높고 빠른 예측이 가능한 기상예보 AI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의 딥마인드 연구팀이 일기예보 AI ‘그래프캐스트(GraphCast)’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딥마인드는 바둑을 두는 AI ‘알파고’, 컴퓨터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알파폴드’를 개발한 바 있다. 연구팀은 그래프캐스트에 1979년부터 2017년까지 40년간의 기상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정보가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기록할 수 있는 그래프 신경망을 이용해 기압과 바람, 온도와 습도 등 기상 변수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도록 했다. 이렇게 훈련된 그래프캐스트는 현재의 날씨와 6시간 전의 기상 정보를 이용해 앞으로 6시간의 날씨를 예측한다. 그리고 이 예측 결과를 다시 입력값으로 사용해 향후 10일간의 일기예보를 만든다. 게다가 이 예보 과정이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며, 일반 컴퓨터로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래프캐스트가 만든 예보의 정확도는 어떨까. 딥마인드 연구팀은 그래프캐스트의 예보와 유럽중기예보센터의 수치예보 모델을 비교했는데, 1380개 지역 중 90% 이상에서 수치예보 모델을 능가하는 예측 능력을 보였다. 특히 그래프캐스트는 태풍의 궤적이나 극심한 기온 이상 등의 심각한 기상이변 예보에 뛰어났다. 예를 들어, 기존 모델은 2023년 9월 미국과 캐나다 연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리의 상륙 위치와 경로를 6일 전에야 예측할 수 있었다. 반면 그래프캐스트는 이보다 사흘 더 앞선 9일 전부터 예보가 가능했다.

물론 그래프캐스트에도 단점은 있다. 강수 확률과 같은 국지적 예보에는 기존 모델보다 나은 성능을 보이지 못했다. 또 AI 자체가 가진 ‘블랙박스’ 문제가 있다. AI가 어떤 작업 경로를 거쳐 예측 결과를 내놓는지 알지 못하기에, 인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일기예보 AI는 기존의 예보 방식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기존 방식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방식으로는 정확도가 낮았던 기상현상에 대한 예측을 돕고, 개선하는 용도로 기상 예측 AI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기상데이터 학습…슈퍼컴 없이도 빠르고 정확
기상학자들은 ‘수치예보 모델’을 이용해 일기예보를 만든다. 수치예보 모델은 지구의 기상시스템을 대기 상태와 운동을 지배하는 역학 및 물리 방정식으로 나타낸 것이다. 먼저 전 세계 땅, 하늘, 바다에 설치된 기상관측소, 위성 및 해양 장비 등을 통해 기온, 기압, 습도, 바람 등의 기상관측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수치예보 모델을 이용해 미래의 날씨를 예측한다.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