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젊음과 장수의 비밀 풀릴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노화를 뜻한다. 노화는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줄어들고 그 끝에 죽음을 떠올리게 되므로 부정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노화를 거스르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도 챙겨 먹는다. 그런데 최근엔 피를 이용해 노화를 막는다는 연구가 연이어 나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피로 젊어질 수 있다니, 어떤 원리일까.
젊은 쥐와 늙은 쥐의 몸에 상처를 내고, 상처끼리 맞닿게 하여 혈관을 서로 연결했다. 이 혈관을 통해 서로의 피가 교환되게 한 뒤 변화를 관찰한다. 이를 ‘개체연결법’이라고 한다. /네이처
젊은 쥐와 늙은 쥐의 몸에 상처를 내고, 상처끼리 맞닿게 하여 혈관을 서로 연결했다. 이 혈관을 통해 서로의 피가 교환되게 한 뒤 변화를 관찰한다. 이를 ‘개체연결법’이라고 한다. /네이처
피를 통해 젊음을 유지한다는 아이디어는 그 역사가 꽤 길다. 주인공은 바로 드라큘라. 문학작품 속 드라큘라는 피를 마시는 순간 상처가 아물고 생기가 살아난다. 젊은 사람들의 피를 마시며 영생을 누리는 꿈을 실현한 것이다. 최근엔 미국의 억만장자가 드라큘라를 그대로 재현했다. 피로 젊음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SNS에 발표한 것이다. 40대인 브라이언 존슨은 자신의 피를 아버지에게 주입했고, 그 결과 70대인 아버지의 신체 나이가 25년 젊어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신체 나이가 젊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로 나이를 젊게 만들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는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 1950년대 미국의 코넬 대학교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나이 든 쥐와 젊은 쥐가 서로의 혈액을 공유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각 쥐의 몸에서 피가 나도록 옆구리에 상처를 내고, 해당 부위가 서로 맞닿게 한 뒤 붙여버렸다. 상처가 만난 곳에서 혈관이 자라 마치 한 몸처럼 되고, 그 혈관을 따라 피가 흐르는 것이다. 실험 결과 일부 늙은 쥐의 골밀도와 체중이 젊은 쥐와 비슷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 비슷한 연구는 계속되었고, 많은 과학자가 늙은 쥐가 젊은 쥐의 젊은 피로 노화를 거스르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정말 젊은 피로 노화를 거스르는 데 성공했다면, 피의 어떤 성분이 역할을 한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 성분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중 유력한 후보로 혈장이 떠올랐다.

90%가 물로 이뤄진 혈장은 피로 젊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위키미디어
90%가 물로 이뤄진 혈장은 피로 젊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위키미디어
혈장은 피에서 55%를 차지하는 액체 성분이다. 피에서 혈소판과 백혈구, 적혈구를 분리하면 노란색을 띠는 액체가 남는데, 이게 혈장이다. 혈장은 90%가 물로 구성되고, 나머지 10%에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과학자들은 이 단백질의 비율이 신체 나이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18~95세에 이르는 다양한 나이대의 실험군 4263명을 대상으로 피를 뽑아 혈장의 구성 성분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1379가지 단백질의 양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젊은 쥐의 혈장으로 최장수 쥐가 탄생하기도 했다. 혈장 치료제 스타트업인 ‘유반리서치(Yuvan Research)’는 쥐 16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어린 쥐의 혈장을 주입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식염수를 주입한 뒤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어린 쥐의 혈장을 넣은 쥐들의 평균수명은 38~47개월로, 식염수를 넣은 쥐(평균수명 34~38개월)보다 10개월 정도 길었다. 특히 혈장을 주입한 실험 쥐 중 한 마리가 47개월을 살면서 최장수 쥐가 되었다. 또 젊은 쥐의 혈장을 받은 실험 쥐는 간과 혈액, 심장, 뇌가 다른 쥐들보다 오랫동안 건강한 상태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팀은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젊은 쥐의 혈장을 받은 늙은 쥐의 간과 골격이 재생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늙은 쥐의 피를 수혈한 젊은 쥐에게 줄기세포와 근육이 잘 생성되지 않았다.

인간은 과연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현재 기네스에는 프랑스의 잔 칼망이 122세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살 수 있는 최대 나이를 115세로 예측했다. 실제로 인간의 평균수명은 과거부터 꾸준히 늘어왔다. 특히 18세기에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이 시기에 전쟁이 줄고, 공중위생이 발달했으며, 무엇보다 질병을 치료하는 항생제와 백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늘날에는 평균적으로 80세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일부 과학자는 인간의 최고 수명이 150세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물론 노화를 막는 약이 개발될 것이라는 전제였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많은 혈장 연구가 진전되어 효과적인 방법을 개발할 경우, 인간 최초의 150세 기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어린 쥐의 혈장 넣은 쥐 평균수명 10개월 길어
정말 젊은 피로 노화를 거스르는 데 성공했다면, 피의 어떤 성분이 역할을 한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 성분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중 유력한 후보로 혈장이 떠올랐다. 혈장은 피에서 55%를 차지하는 액체 성분이다. 피에서 혈소판과 백혈구, 적혈구를 분리하면 노란색을 띠는 액체가 남는데, 이게 혈장이다. 혈장은 90%가 물로 구성되고, 나머지 10%에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과학자들은 이 단백질의 비율이 신체 나이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