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사랑-이별-사랑'의 오묘한 순환 고리에 빠지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595684.1.jpg)
당시 24세이던 보통은 20대 중반 남녀를 등장시켜 직접 경험했을 법한 사실에 자신의 철학과 방대한 독서 지식을 접목,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는 통찰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켰다.뜨거운 사랑과 죽음 같은 고통<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주인공 ‘나’는 일면식도 없는 ‘클로이’와 비행기에 나란히 앉아 두서없는 얘기를 나누게 된다. “짐을 챙겨서 세관을 통과했을 때 이미 클로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나의 고백처럼 사랑은 불시에 찾아온다. 두 사람은 곧 서로의 집을 오가며 사랑하게 되고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한다. 두 사람의 상태를 여러 고전에 반영하고 접목하면서 알랭 드 보통은 주옥같은 문장들로 사랑을 표현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만큼 기쁘면서도 무시무시한 일은 드물다”고 말하는 알랭 드 보통은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둘 다 똑같은 의존적 요구들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연인들은 사소한 일로 다투기 십상인데 그는 “나는 너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네 속을 뒤집어 놓는다”는 심리에 빗대 “우리는 사랑만이 아니라 사랑의 이면인 독설에도 감염되었다”고 상황의 진전을 알린다. 드디어 첫 말다툼이 불붙었는데 그 계기를 “나는 너를 안다, 따라서 너를 소유한다”라는 문장으로 대변한다.
둘은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하던 중 서로의 친구들과 어울린다.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지만 클로이는 나의 친구 윌을 만나면서 변심하고 만다. “절대 애인을 친구에게 소개하지 말라”는 연애 철칙이 떠오르면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공감받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클로이를 만나자마자 사랑했다가 1년 만에 헤어지고 죽음 같은 고통을 겪지만, 나는 몇 달 뒤 ‘불가피하게’ 그간의 사랑을 잊기 시작한다. 그 대신 ‘대책이 서지 않는 사랑의 고통 때문에 비관적이 된 나는 사랑으로부터 완전히 떠나버리기로’ 결심한다. ‘간소한 서재에 처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갈 작정이었다.
어느 날 디너 파티에서 레이철이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사랑에 고통이 없을 수 없고, 사랑이 지혜롭지 못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비합리적인 만큼이나 불가피했다”고 인정한다. 레이철이 자신의 초대를 받아들이자 ‘마음이 떨리기 시작한’ 나는 ‘내가 다시 한번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마치 나의 이야기 같아 놀랍다독서를 하다 보면 세 가지 포인트에서 놀라게 된다. 첫째 스토리가 너무도 평이하고 일상적이라는 점이다. 사랑과 이별 코스가 마치 나의 경험인 듯 너무도 똑같아 저절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둘째, 24세 알랭 드 보통의 독서력이 상황과 접목하면서 뿜어내는 통찰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나는 이 나이에 이런 독서량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 부분에서 자칫 자책감이 들 수도 있다. 셋째, 사랑은 쉽게도 달아올랐다가 쉽게도 식으면서 죽을 만큼의 고통과 함께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는 점, 얄밉지만 끝내 달려가봐야 할 행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