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위성 인터넷
한국에서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사용할 날이 머지않았다. 국내 통신사들이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맺고 정부의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비행기와 선박에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항공 및 해상 분야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스타링크가 한국 시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기존 인터넷 서비스 대비 상대적으로 비싸고 느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대부분 지상 통신망을 이용한다. 곳곳에 세워진 기지국이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와 네트워크의 연결을 중개하는 방식이다. 기지국이 단말기와 전파를 송수신할 수 있는 범위를 ‘커버리지’라고 하는데, 사용자가 어디에 있어도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려면 커버리지를 벗어난 ‘음영지역’이 생기지 않도록 기지국을 촘촘하게 세워야 한다. 이런 이유로 기지국을 구축하기 힘든 섬, 사막, 산악지대 등에서는 인터넷이 자주 끊기거나 아예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이와 달리 위성인터넷은 우주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기지국 역할을 한다. 머리 위에서 전파를 보내므로 지형지물의 제약을 받지 않고 세계 모든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통신시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해 통신망을 복구했고, 미국 기업 애플이 통신이 불가능한 곳에서도 긴급 전화와 문자 전송을 할 수 있도록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한 사례를 보여줬다.
이런 장점에도 통신 속도가 느리면 무용지물이므로 스타링크는 무게가 200kg을 조금 넘는 소형 저궤도 인공위성을 이용한다. 저궤도 인공위성은 고도 160~2000km 상공에서 움직인다. 인공위성이 지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전파를 송수신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정지궤도(3만6000km 이상) 대비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전파가 오가는 시간이 짧다. 인터넷 속도 측정 서비스 ‘스피드테스트’를 운영하는 우클라(Ookla)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한국의 모바일 다운로드 속도는 초당 145.25Mb다. 스타링크가 공식적으로 밝힌 통신 속도 범위는 초당 100~200Mb이므로 속도가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인공위성이 지구에 가까울수록 통신 속도는 빠르지만 커버리지는 줄어든다. 이를 극복하려면 많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전역을 둘러싸도록 저궤도에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2018년부터 저궤도 위성을 꾸준히 발사해 현재 5500여 개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았다.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구 전역에서 쓰려면 약 1만2000개의 위성이 필요한데, 스페이스X는 오는 2027년이면 이만큼의 위성을 저궤도에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스타링크는 2020년 10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세계 30개가 넘는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용 요금은 한 달에 100달러가 넘고, 수신기 설치 비용은 약 600달러다. 한국처럼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는 사실 경쟁력이 없다. 다만 기존에 있는 위성인터넷 서비스보다는 통신 속도가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해양·항공 분야에서 주로 쓰인다.
2030년께 상용화가 예상되는 6G(6세대 이동통신)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해 사물인터넷, 도심 항공 확장 현실(XR), 도심교통항공(UAM)을 완전하게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연스럽게 음영지역이 거의 없는 위성인터넷이 핵심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 원웹 같은 기업들이 위성인터넷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일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이라는 이름의 스마트폰과 직접 통신할 수 있는 인공위성 6기를 발사하면서 위성인터넷 상용화에 박차를 가했다. 다이렉트 투 셀을 이용하면 별도 장치 없이 일반 스마트폰에서 위성인터넷을 쓸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연내 문자메시지(SMS)를 상용화하고, 2025년부터 음성 및 데이터를 지원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 위성이 이제 모바일폰에 직접 데이터를 보낼 수 있게 됐다”며 “전 세계에 음영지역이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억해주세요 위성인터넷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성과 전파를 주고받기 때문에 지형지물로 인해 송수신이 방해받을 가능성이 적다. 위성만 충분히 있으면 오지를 포함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상대적으로 낮은 궤도(상공 160~2000km)에 5500여 개 위성을 배치해 약 30개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소에 상관없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목표인 6G 시대에 꼭 필요한 기반기술로 꼽힌다.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