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지난해 최고의 과학성과' 비만치료제
국제학술지'사이언스'는 2023년 최고의 과학적 성과로 비만치료제를 꼽았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비만 치료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인들이 비만치료제를 복용해 효과를 봤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새 비만치료제는 어떤 효과가 있기에 품절 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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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식사와 운동, 생활 습관 교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 약물치료를 진행한다. 현재 개발된 비만치료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높이는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의 작용을 높여 식욕을 억제해 음식을 적게 섭취하도록 하는 식욕억제제가 있다. 지방분해효소를 억제해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줄여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지방 흡수 억제제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만치료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가 있다. 원래 GLP-1 유사체는 1980년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개발됐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거나, 인슐린의 효과가 떨어지면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질환이다. GLP-1은 우리 몸이 음식물을 섭취한 뒤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낮춘다. 비슷한 효과를 당뇨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약물이 GLP-1 유사체다. GLP-1은 체내 반감기가 고작 1~2분밖에 되지 않아 금방 분해되는데, GLP-1 유사체는 반감기가 13시간으로 길어 체내에서 오랜 시간 유지된다.
그런데 GLP-1 유사체가 당뇨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떨어뜨리고 포만감을 높여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2017년 덴마크의 제약 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최초의 GLP-1 비만치료제인 ‘삭센다’를 출시했고, 2021년 업그레이드 버전인 ‘위고비’를 출시했다. 매일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삭센다와 달리 위고비는 주 1회 주사제 혹은 매일 1회 경구제로 투여할 수 있어 더 간편해졌고, 1년 반 동안 체중을 15% 줄이는 효과를 보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2023년 11월에는 미국의 제약 회사 일라이 릴리가 ‘마운자로’라는 GLP-1 비만치료제를 개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임상시험 결과, 마운자로는 18%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GLP-1 유사체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20% 줄였고, 알코올중독이나 알츠하이머병(치매)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약이 그렇듯, GLP-1 유사체도 부작용이 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췌장염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비싼 가격도 걸림돌이다. 삭센다는 한 달 처방에 수십만 원,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미국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80만 원이 든다. 약을 끊으면 체중이 다시 늘어나기에 무기한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정상 체중인 사람들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하는 것이다. 비만치료제는 미용을 목적으로 한 ‘다이어트 약’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치료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출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신약에 대한 기대감도 좋지만, 출시 전에 부작용과 오남용 문제에 먼저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위고비·마운자로…인기 불구 췌장염 등 부작용도](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487765.1.jpg)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