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미국 아마존 계열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하면서 망 사용료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트위치는 “한국의 망 사용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최대 10배 더 높다”는 이유를 들어 올해 2월 27일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망 사용료는 네이버, 유튜브, 넷플릭스, 트위치 등과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인터넷망을 운영하는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에게 지급하는 대가를 뜻한다.네이버·카카오는 내고, 구글은 안 내고?망 사용료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한 2020년부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월간 무선 트래픽은 107만5982TB(테라바이트)로, 4년 전(55만2082TB)의 2배로 증가했다. 사업자별로 보면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이 30% 안팎, 넷플릭스가 5% 선을 차지했다. 토종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점유율이 각각 1%대에 그쳤다.문제는 국내 업체는 트래픽 점유율이 낮은데도 ISP에 매년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부담을 회피하며 ‘무임승차’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부담을 놓고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벌이다 지난해 9월 전격 합의해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구글은 여전히 망 사용료를 ISP에 지불하지 않고 있다. 통신사는 이미 가입자들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있는데, CP에게 망 사용료까지 요구하면 ‘이중 과금’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반면 ISP는 급증하는 트래픽 수요를 감당하려면 글로벌 CP가 트래픽 점유율에 걸맞은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이 공정하다고 맞서고 있다. 통신사들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동영상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인터넷망을 더 구축해야 하는 만큼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8개의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접어들면서 데이터가 폭증하고 트래픽 과부하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망 구축·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결국 소비자나 국가 전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합리적 분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소비자에 부담 전가… 사회적 논의 속도 내야” 유튜브는 최근 광고 없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월 이용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2.6% 인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유튜브의 이런 행보가 향후 망 사용료 지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 논란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고 결국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구조”라며 “제도적 논의를 적극적으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