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제한 '한국형 제시카법' 타당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A.35396024.1.jpg)
법무부가 이 법안을 마련해 국회로 보낸 이유는 아동 및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의 26%가 13세 미만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성범죄자의 재범률도 13%에 달한다. 성범죄가 출소한 뒤 임의로 거주지를 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경우도 있고,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재발의 사각지대도 커지고 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나 혐의자가 사전 신고된 거주지와 다른 곳에 살고 있어 범행을 막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성범죄 관련 전과자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지정하는 장소로 거주가 제한된다. 이들의 성 충동을 자제하게 하는 약물치료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겨 함께 추진되고 있다.
잔혹한 성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 책무다. 국민의 안전과 불안 해소를 위해 중범죄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감독이 꼭 필요하다. 약물치료를 받은 성범죄자 재범률은 1.3%로 그렇지 않은 경우(10%)보다 월등히 낮다는 점도 국가의 적극적 대처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거주 장소 제한뿐 아니라 아동, 청소년 통학 시간과 야간통행 제한, 어린이보호구역 출입 금지 같은 조치도 함께 시행해야 효과가 난다.[반대] 재수감 수준 이중 처벌 위헌 소지…범죄자 거주 지역 낙인효과 우려도‘한국형 제시카법’의 초안대로라면 한 번 처벌받은 범죄인이 재수감 수준의 이중 처벌을 받게 된다. 범죄의 과학적 예방은 정부 스스로 확보해야 할 치안의 기본 역량 문제다. 기본권을 묶어 범죄 재발을 막겠다면 살인, 폭력, 강도 같은 강력범죄자도 모두 거주를 제한할 것인가.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제14조)고 돼 있다. 범죄 경력자도 예외가 아니다. 법에 규정된 처벌을 받고 형이 만료된 전과자를 특정 시설에 살도록 강제하면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시설 지정도 말처럼 쉽지 않다. 당초 정부는 ‘학교 등에서 600m 이내 거주 금지’ 같은 거리 제한을 검토했으나, 인구가 덜 밀접한 비수도권 지역으로 거주지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방향을 바꿨다. 그런데도 정부가 지정하는 ‘국가 등이 운영하는 시설’은 인구가 밀집하지 않은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해당 지정 지역 주민들의 불만·불안이 커지며 불필요한 지역 간 갈등이 생긴다. 안 그래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커지는 것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인데, 지역 간 ‘치안 격차’까지 생긴다면 그 결과는 누가 책임지나. 또 범죄자들이 몰려서 거주하는 지역의 슬럼화도 우려된다. 국가 편의로, 또 다수가 희망한다고 범죄자들을 한군데 몰아두면 관리·감시하는 정부는 편할지 모르지만, 지역 간 격차 심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실효성도 따져봐야 한다. 국토가 좁아 외진 산골과 무인도가 아니면 이들을 격리할 곳이 없다. 거주제한이 영구적일 수도 없기 때문에 학교가 특정 지역에서의 범행 발생 확률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법원이 판정하는 제한 기간이 지나면 이들은 다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강압적 격리자는 노숙자나 폐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정 소수의 기본권만 침해할 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생각하기 - 취지 공감하지만, 다양한 문제점 극복할 보완책 필요
![[시사이슈 찬반토론]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제한 '한국형 제시카법' 타당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A.30636779.1.jpg)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