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농협 임직원들이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경DB
농협 임직원들이 고향사랑기부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경DB
인구 감소와 재정난을 겪는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올 1월 도입한 ‘고향사랑기부제’가 호응을 얻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기부 건수는 25만 건, 금액은 400억 원을 넘어섰다.일본 제도 벤치마킹… 올해 첫 시행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1인당 연간 500만 원 이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예컨대 서울 시민이 ‘강원 춘천’ ‘전남 담양’ ‘전남 익산’ 등 특정 지자체를 콕 집어 후원하는 방식이다. 꼭 고향이 아니어도 선호하는 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 제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돌려받는 혜택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우선 기부 금액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해준다. 개인이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 중 10만 원을 깎아주는 것이어서 실질적 부담은 ‘0원’이 된다. 여기에다 기부 금액 30% 이내의 답례품도 지급한다. 답례품은 주로 그 지역 특산품이다. 쉽게 말해 10만 원을 기부하면 10만 원(세금 환급)과 3만원(답례품 증정)을 합해 총 13만 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인기가 많은 답례품은 춘천의 닭갈비, 담양의 쌀과 한우, 익산의 쌀 등으로 집계됐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답례품을 잘 갖춰놓은 지자체가 모금 실적도 좋았다. 전북 고창은 풍천장어와 고구마를, 경북 안동은 사과·소주·한우 등을 내걸었다. 여행 상품을 선물로 준비해 관광객 유입 극대화를 노린 곳도 있다.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 숙박권, 경남 창녕의 우포늪 생태 체험권, 전남 목포의 해상케이블카 이용권 등이 대표적 사례다. 경남 의령, 경기 포천, 전북 무주 등은 ‘벌초 대행 서비스’까지 내놨다.

기부금의 70%는 기부자가 지정한 지자체 재정으로 들어간다. 사회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보호, 문화·예술·보건 증진 등에 쓰인다. 기부금의 30%인 답례품 비용 역시 지역 농가와 중소 제조기업 등으로 흘러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를 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이 2008년부터 시행한 ‘고향 납세제’를 모델로 삼았다. 일본에서는 고향 납세제를 활용해 지역 특산품을 알리는 것은 물론 100억 엔이 넘는 지방세를 거둔 지자체도 여럿 있다.지방일수록 살림 빠듯 … 재정자립도 50% 그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기부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 중소 도시일수록 재정 상황이 넉넉지 못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50.1%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란 지자체 총수입에서 자체 수입(지방세+세외수입)의 비중을 뜻한다. 재정자립도가 높을수록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특별시·광역시(61.2%)는 이 수치가 비교적 높지만, 군(16.6%)과 자치구(29.0%)로 내려가면 크게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