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오로라
겨울밤 북극 하늘에서는 초록빛 오로라가 피어난다. 오로라는 로마 신화에서 매일 아침 태양의 도래를 알리는 새벽의 여신 '아우로라' 이름에서 유래했다. 새벽의 여신이 여는 하늘의 문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실상을 안다면 결코 아름답게만 보이진 않을 것이다. 강렬한 오로라의 출현은 자연이 선사하는 낭만의 순간이지만, 동시에 통신장비 혼란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오로라는 주로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천문 현상이다. 태양 폭발로 발생한 태양풍이 지구 자기권의 영향으로 대기 상층부와 마찰을 일으키며 빛을 방출하는 현상이 오로라다.  사진 출처= Pixabay
오로라는 주로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천문 현상이다. 태양 폭발로 발생한 태양풍이 지구 자기권의 영향으로 대기 상층부와 마찰을 일으키며 빛을 방출하는 현상이 오로라다. 사진 출처= Pixabay
오로라는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의 합작으로 탄생한다. 태양에서 ‘플레어’, ‘코로나 질량 방출’ 같은 폭발이 일어나면 그 여파로 태양에서 전기를 띤 입자(하전입자)들이 초속 450km로 분출된다. 이를 태양풍이라 한다. 강력한 태양풍은 수소폭탄 1억 개의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지구에는 자기장이 있어 태양풍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러나 강력한 태양풍은 지구 자기장을 강타해 지자기 폭풍을 일으키며 일시적으로 지구 자기권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 이때 태양풍의 하전입자 일부는 지구 자기권으로 들어온다. 지구 자기장을 따라 자기력선이 모이는 극지방의 대기로 빨려 들어간 하전입자들은 대기 상층부에서 산소, 질소 분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방출한다. 즉 태양에서 만들어진 하전입자와 지구 대기가 마찰하며 나타나는 광전 현상이 바로 오로라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원자나 분자가 흥분하면 다른 원자나 분자로 에너지를 전달해 불안정한 상태를 해소한다. 그러나 지구 대기 상층부는 공기가 희박해 들뜬 상태가 돼도 주변에 에너지를 전달할 곳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대기 상층부의 원자는 하전입자와 충돌해 들뜬 상태가 되면 충돌로 얻은 에너지를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전자기파 형태로 방출하게 된다. 오로라가 지상 90~400km 걸쳐 대기 상층부에 거대한 커튼처럼 펼쳐지는 이유다. 비교적 빠른 속도로 에너지가 방출되는 낮은 구간에서는 초록색, 천천히 방출되는 높은 곳에서는 붉은색의 오로라가 발생한다.

오로라는 지구 양극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만큼, 지구에서 관측되는 곳도 대부분 극지방 근처다. 북극에 가까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캐나다 북부 지역은 오로라 명소로 불린다. 그렇다고 오로라가 극지방에서만 관측되는 것은 아니다. 겨울에만 관측되는 것도 아니며, 밤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지난 12월 1일에는 중국 북부 지역에서 분홍빛 오로라가 30분간 관측됐다. 앞서 7월 미국 뉴욕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됐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중위도인 한반도에서 오로라를 관측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 지자기 폭풍이 강하게 일어나면 그만큼 지구에 갇히는 하전입자도 많아져 중위도 지역에서도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것이다.

오로라가 태양 활동에 따라 나타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아쉽게도 정확한 출현 시기는 알 수 없다. 태양 활동이나 상태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과학자들은 태양 흑점의 폭발이 11년을 주기로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장 최근에 찾아온 태양 극대기는 2014년이다. 주기에 따르면 태양 흑점 활동이 내년부터 폭발적으로 이뤄져 2025년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가장 화려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강렬한 오로라의 출현은 한편으로 위험 신호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지구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피해는 물론, 전력망이나 통신망 교란 가능성도 있다. 태양이 폭발할 때 생긴 엑스선, 자외선이 지구 전리층에 도달해 전자밀도를 높이면 통신, 항법 시스템(GPS)에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강력한 지자기 폭풍이 일어나면 땅속 유도전류를 발생시켜 전력 시스템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태양풍의 영향으로 캐나다의 발전소 한 곳이 고장 나 퀘벡과 몬트리올에 대정전이 일어났다. 2022년 2월에는 지자기 폭풍의 여파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40여 개가 추락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극대기가 지난번보다 훨씬 강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과거에 비해 인공위성 발사 등 우주탐사가 활발해지며 태양 폭발의 영향을 받는 곳도 많아졌다. 2022년 기준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 수만 5000여 개다. 태양 흑점 활동 극대기를 앞두고 국내외 과학자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예측 및 예보에 힘을 쏟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한 태양 활동이 일어난다면, 여행객들은 카메라에 멋진 오로라를 담아내도 실시간 업로드는 못 할 수 있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태양 입자와 지구 대기가 마찰하는 광전현상
오로라는 ‘태양풍(solar wind)’과 ‘지구 자기장’의 합작으로 탄생한다. 태양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그 여파로 전기를 띤 입자(하전입자)들이 초속 450km 수준의 속도로 분출된다. 이런 입자의 흐름을 태양풍이라 한다. 태양풍의 하전입자 일부는 지구 자기권으로 들어온다. 지구 자기장을 따라 자기력선이 모이는 극지방의 대기로 빨려 들어가고 대기 상층부에서 산소, 질소 분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방출한다. 즉, 태양에서 만들어진 하전입자와 지구 대기가 마찰하며 일어나는 광전 현상이 오로라다.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