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거시경제학의 태동
대공황은 산업혁명 이후에 등장한 경제 관련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대공황이 나타나기 전까지 세계경제는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시장만 잘 작동되면 인류는 계속 번영할 것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의 관심도 오직 시장에만 있었다. 시장만 잘 작동하면 경제는 자동으로 성장하고, 실업이나 물가 불안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발생 원인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대공황의 등장으로 시장경제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번 주는 대공황을 중심으로 거시경제학이 등장한 상황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시장경제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대공황(Great Depression)은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의 예고 없는 붕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여파로 금융기관들의 연쇄 부도가 일어나면서 경제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1929년에서 1933년까지 4년 동안 실질 GDP가 29% 감소하고 실업률은 3.2%에서 25% 수준으로 상승했다.대공황 발생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수요 부족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생산도 감소하면서 다시 실업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미국 주식시장이 붕괴한 근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많지만, 대공황은 수요 감소가 크게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악순환을 시장경제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건이다.대공황 후 미시경제·거시경제로 구분대공황은 경제 연구를 시장 중심의 미시경제와 국가 중심의 거시경제로 구분하게 만든 사건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공황은 시장경제에 비해 거의 연구되지 않던 국가경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경제학이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으로 나뉘게 됐다. 시장이 등장한 후 대공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국가경제는 성장만 했고 실업이라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시장과 분리된 국가경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실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경제학자가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케인스는 자기 이전의 경제학자들을 고전학파로 불렀고, 시장에만 관심을 둔 경제 연구로는 국가경제를 잘 이해할 수 없어 대공황의 발생 원인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경제를 시장경제와 분리해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케인스는 고전학파 경제학자가 관심을 보이지 않던 단기 임금경직성을 가지고 대공황의 발생을 설명했다. 특히 임금의 경직성은 경기침체가 발생해 임금이 하락해야 하는 경우에 더 강하게 발생해 실업을 많이 증가시키므로 정부는 적극적 수요 확장 정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전·케인스 학파 대립하며 거시경제학 확립대공황의 발생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케인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경제학자들은 케인스학파를 결성하게 된다. 케인스학파에 의해 국가경제가 거시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초기의 거시경제 연구는 케인스학파가 중심이 되다 보니 케인스의 주장과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공황이 서서히 해결되면서 케인스에 의해 고전학파로 불리던 경제학자들도 국가경제와 대공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대공황의 발생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다른 주장을 펼치게 되었다. 고전학파는 대공황의 발생 원인인 수요 부족도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경제 이외의 요인이 컸으며, 대공황의 극복 역시 정부 정책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인스학파와 고전학파의 대립은 거시경제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대공황이 서서히 극복되면서 대공황에 대한 케인스의 주장만으로는 거시경제학이라는 학문도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케인스학파와 고전학파가 대공황 이후에 나타난 각종 경제위기의 발생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계속 대립하면서 시장의 작동 원리에 관해 설명하는 미시경제학과는 별도 학문으로 거시경제학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거시경제학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제의 작동에 대한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의 다른 견해에 대해 잘 살펴보고 비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기억해주세요 대공황 발생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수요 부족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생산도 감소하면서 다시 실업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미국 주식시장이 붕괴한 근본적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많지만, 대공황은 수요 감소가 크게 나타나면서 발생하는 악순환을 시장경제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