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청년(34세 이하)이 주택을 분양받을 경우 연 2%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택을 담보로 하는 대출은 은행이 빌려주는 돈 가운데 이자가 가장 낮은 편이다. 하지만 신용이 좋아도 통상 연 5~6%(2023년 11월 후반 기준)가량 된다. 이에 비하면 큰 특혜다. 연 소득으로 대상자 제한 규정이 있어 연간 10만 명가량이 이 같은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청약저축의 금리도 더 높게 배정된다. 결혼과 출산에 맞춰 금리는 신축적으로 더 내려간다. 비혼·저출산 타개책의 하나로 정부와 여당이 꺼낸 청년 지원 정책이다. 저출산 재앙에 대처하고 청년층 자산 형성을 지원해준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비혼족’, 무직 등 다른 청년층과 격차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찬성] 주택 마련, 청년 자산 형성에 도움…첫째·둘째 출산 때 지원 늘려가야미래를 책임지는 청년세대의 어려움이 유난히 큰 시대다.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크다. 자산 형성의 기회도 기성세대보다 월등히 불리한 세대다. 이들 미래세대가 가장 많이 불안해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게 주택문제다. 청년들이 몰려 있는 대도시일수록 더하다. 서울은 심각한 지경이 됐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중산층을 육성해야 사회도 안정되고 건강해진다.
결혼 유도와 출산 장려를 위한 정부의 정책은 최근 20년 동안 다각도로 모색돼왔다. 저출산 대책 비용으로 빠져나간 재정자금만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하지만 성과가 나지 않는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못한 탓이 크다. 가장 긴요한 것은 보금자리, 주택 지원이다.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는 것도 방법이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서 주택을 건설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임대’ 딱지가 붙은 이런 중저가형 주택은 인기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청년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게 좋다. ‘마이 홈’의 꿈을 조기에 이루도록 필요 자금을, 가급적 낮은 이자로 빌려주면 효과가 클 것이다. 집을 마련하면 결혼도 생각할 것이고, 결혼해야 출산도 할 것 아닌가. 순서에 맞게 지원도 따라가야 한다.
시중금리와의 차이만큼은 재정에서 지원해줄 수밖에 없다. 세계 최악의 초저출산율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 생산력 둔화, 소비위축 등 경제의 활력 저하 등은 수많은 전문가가 위기라고 경고한 그대로다. 국가적으로 동원 가능한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나아가 출산 때마다 더 많은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결혼, 첫째 출산, 둘째 출산 시기에 맞춰 금융 및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최소한의 인구 유지라도 가능할 것이다.[반대] 집 문제가 저출산 원인이라는 확증 없어…혜택 못 받는 청년과의 차별도 고려해야저출산이 국가적 난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원인 진단과 전제가 틀렸다. 청년세대가 결혼하지 않으려 하고 출산을 회피하는 것이 돈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주택난이 문제라면 집값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지방 중소 도시에서는 왜 혼인 비율이 낮은가. 그런 지역에서도 출산율은 낮다. 청년세대의 인생관과 가족관이 변하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형태만 바꾼 채 정부의 재정자금을 또 투입하겠다는 얘기다. 집행하기 전에 정책적 효과를 먼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청년세대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지만, 들여다보면 처지는 천차만별이다. 20~30대 사이에도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상당하다. 맞춤형이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마다 사정이 다른데 현행 3000만 원인 연간 소득 기준을 어떻게 올릴 것이며, 혜택을 받거나 받지 못하는 청년세대의 인위적 차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자와 출산자에 한해 지원한다면 개별 사정에 따라 비혼을 택한 청년은 과연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것인가. 지난해 LH 등에서 짓는 공공주택의 분양에서 청년세대에게 많은 물량을 배정하며 20년씩 장기간 무주택으로 버텨온 40~50대의 다자녀 가구와 충돌을 빚은 적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에서의 청년 저금리 지원 정책이 그런 불균형을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청년들에 대한 지원이 과도해진다면 기성세대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선심성 정책이 나온 시점에 의구심이 생길 만하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인기 영합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청년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래저래 실속도 없이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공산이 크다.√ 생각하기 - 주택 지원은 기성세대도 민감…행정이 '종합예술'되려면 타이밍 중요해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점(타이밍, 시기)도 중요하다. 필요할 때 기민하게 움직이는 정부라면 효율성에서 최소한 ‘기본 이상’은 하는 셈이다. 정부가 종종 좋은 일을 하면서도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반면 의미 있는 정책을 수립, 발표하면서도 상황이 나쁘면 선입견을 갖고 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 선거 때가 그렇다. 이 시기에는 표 획득용이 아닌가 하는 억측이 나오곤 한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평소에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게 행정에서 중요하다. 저출산 대책, 자립적 중산층 육성 차원에서 무주택 청년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이자 지원 정책 자체를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런 혜택을 못 받는 청년들과의 격차, 기성세대와의 불균형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을 터. 이래저래 행정은 어렵다. 그래서 ‘종합예술’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결혼 유도와 출산 장려를 위한 정부의 정책은 최근 20년 동안 다각도로 모색돼왔다. 저출산 대책 비용으로 빠져나간 재정자금만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하지만 성과가 나지 않는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못한 탓이 크다. 가장 긴요한 것은 보금자리, 주택 지원이다.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는 것도 방법이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서 주택을 건설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임대’ 딱지가 붙은 이런 중저가형 주택은 인기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청년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주택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게 좋다. ‘마이 홈’의 꿈을 조기에 이루도록 필요 자금을, 가급적 낮은 이자로 빌려주면 효과가 클 것이다. 집을 마련하면 결혼도 생각할 것이고, 결혼해야 출산도 할 것 아닌가. 순서에 맞게 지원도 따라가야 한다.
시중금리와의 차이만큼은 재정에서 지원해줄 수밖에 없다. 세계 최악의 초저출산율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 생산력 둔화, 소비위축 등 경제의 활력 저하 등은 수많은 전문가가 위기라고 경고한 그대로다. 국가적으로 동원 가능한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나아가 출산 때마다 더 많은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결혼, 첫째 출산, 둘째 출산 시기에 맞춰 금융 및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최소한의 인구 유지라도 가능할 것이다.[반대] 집 문제가 저출산 원인이라는 확증 없어…혜택 못 받는 청년과의 차별도 고려해야저출산이 국가적 난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원인 진단과 전제가 틀렸다. 청년세대가 결혼하지 않으려 하고 출산을 회피하는 것이 돈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주택난이 문제라면 집값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지방 중소 도시에서는 왜 혼인 비율이 낮은가. 그런 지역에서도 출산율은 낮다. 청년세대의 인생관과 가족관이 변하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본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형태만 바꾼 채 정부의 재정자금을 또 투입하겠다는 얘기다. 집행하기 전에 정책적 효과를 먼저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청년세대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지만, 들여다보면 처지는 천차만별이다. 20~30대 사이에도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상당하다. 맞춤형이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마다 사정이 다른데 현행 3000만 원인 연간 소득 기준을 어떻게 올릴 것이며, 혜택을 받거나 받지 못하는 청년세대의 인위적 차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자와 출산자에 한해 지원한다면 개별 사정에 따라 비혼을 택한 청년은 과연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것인가. 지난해 LH 등에서 짓는 공공주택의 분양에서 청년세대에게 많은 물량을 배정하며 20년씩 장기간 무주택으로 버텨온 40~50대의 다자녀 가구와 충돌을 빚은 적이 있다. 주택담보대출에서의 청년 저금리 지원 정책이 그런 불균형을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청년들에 대한 지원이 과도해진다면 기성세대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선심성 정책이 나온 시점에 의구심이 생길 만하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인기 영합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청년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래저래 실속도 없이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공산이 크다.√ 생각하기 - 주택 지원은 기성세대도 민감…행정이 '종합예술'되려면 타이밍 중요해 정책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시점(타이밍, 시기)도 중요하다. 필요할 때 기민하게 움직이는 정부라면 효율성에서 최소한 ‘기본 이상’은 하는 셈이다. 정부가 종종 좋은 일을 하면서도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반면 의미 있는 정책을 수립, 발표하면서도 상황이 나쁘면 선입견을 갖고 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 선거 때가 그렇다. 이 시기에는 표 획득용이 아닌가 하는 억측이 나오곤 한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평소에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게 행정에서 중요하다. 저출산 대책, 자립적 중산층 육성 차원에서 무주택 청년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이자 지원 정책 자체를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런 혜택을 못 받는 청년들과의 격차, 기성세대와의 불균형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을 터. 이래저래 행정은 어렵다. 그래서 ‘종합예술’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