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논술 기본 유형 다지기 (16)
이번 호에서 다룰 유형은 견해논증형입니다. 자기 견해를 논증할 때 갖춰야 할 요소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구체적인 설득력입니다. 추상적인 기술로는 설득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귤은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피로 해소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기술보다 “귤은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비타민과 무기염류, 섬유질이 풍부해 질병을 예방한다. 특히 비타민 C와 구연산 등이 면역력 증강, 피로 해소, 항산화 효과로 인한 피부 개선 등에 도움을 준다”라고 기술해야 합니다. 논증 과정에 비약이 있으면 논리적 반감을 사거나 반례의 논리적 반박에 부딪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점차 이기적으로 변한다면, 사회는 붕괴할 것이다”라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논증이 없다면, 단지 이기주의의 확산으로 사회가 붕괴한다는 생각은 비약입니다.

두 번째 요소는 체계성입니다. 여러분은 MECE(미씨)의 경영전략을 아시나요? 전략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 이 용어는 상호배타적이고 전체포괄적인(Mutually Exclusive but Collectively Exhaustive) 관계를 뜻합니다. 이 용어는 논리논술에서의 체계적 사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예를 들어 ‘안’과 ‘밖’이라는 개념은 서로 겹치지 않지만, 두 개념을 합치면 포괄적이 됩니다. 무엇이든 안과 밖 둘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이죠. 논증할 때에도 이러한 미씨의 체계성을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가령 개인-사회의 관계를 활용해 개인적 측면에서의 이유와 사회적 측면에서의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체계적 사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많습니다. 정신적-물질적, 소극적-적극적, 실리적-도덕적, 개체적-집단적, 국가 내적-국가 외적, 무형적-유형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체계적 관계를 구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는 근거를 더 빠르게 착안하는 생산적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자, 아래 문제에 대해 답을 써봅시다. 견해논증을 길게 쓰는 방식은 성균관대, 인하대 논술고사에서, 짧게 쓰는 방식은 경희대에서 출제합니다.
[2024학년도 논술길잡이] '견해 논증형' 글 쓸때는 구체적 논거 제시해야 설득력
[문제]

성과급 제도는 작업의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임금이다. 자기 능력에 따라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으므로 경쟁적 시스템을 원하는 많은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아래 기능론과 갈등론 관점 각각에 토대를 두었을 때 성과급 제도에 대해 찬성할 것인지 혹은 반대할 것인지에 대해 답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시오.
[기능론]사회문화 현상을 보는 관점은 크게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으로 나뉜다. 거시적 관점을 취하는 대표적 이론에는 기능론과 갈등론이 있다. 기능론은 사회를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고 보는 사회 유기체설을 바탕으로 사회문화 현상을 이해한다. 사회도 유기체처럼 상호 의존적인 다양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분은 사회 전체의 합의에 따라 사회 안정과 질서 유지에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는 것이다. 기능론은 일시적으로 사회가 갈등으로 인한 불안정의 비정상적 상황에 빠지더라도 유기체가 항상성을 갖듯 사회가 조화와 균형을 회복할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또한 이 관점에서 차등 분배로 인한 사회 불평등은 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당하다.

대표적 학자로는 허버트 스펜서가 있다. 스펜서의 주된 목적은 부수적 현상인 정신상태의 진화보다는 사회구조와 사회질서의 진화에 놓여 있었다.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스펜서에게도 관념은 부수적 현상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스펜서는 사회를 유기체적 진화로 이해하려 했다. 스펜서는 사회학이 오직 자연적·진화적 법칙이라는 생각에 기초를 둘 때 비로소 과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질서가 자연법칙에 속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존재하는 한, 사회학은 완전한 과학의 범주에 속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스펜서에게는 우주의 모든 현상이 진화의 법칙에 종속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인구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도 이러한 진화의 법칙에서 유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펜서는 사회제도를 그것이 속해 있는 전체 구조와 관련지어 분석했다. 당시 기준으로도 이상하고 불쾌한 것으로 보이는 관습들이 다른 특정 사회에서 역시 무가치했을 것이라고 파악하는 공통적 오류에 대해 그는 “원시인의 미신도 단순히 쓸모없는 것으로 보는 대신 그것이 사회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찾아봐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스펜서는 사회제도가 행위자들의 정교한 의도나 동기의 결과가 아니라 기능적·구조적 위기로부터 나타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인간 행위의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해 매우 날카로운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스펜서는 제도를 연구하는 데 진화 단계와 단계가 수행하는 기능의 측면을 함께 연구할 것을 요구했다.
[갈등론]
갈등론은 사회가 서로 대립하는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직업이나 소득 등 사회적 가치가 희소하므로 갈등은 불가피하며 사회의 불평등을 타파할 사회변동을 추구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회변동의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갈등은 정상적 현상이다. 지배집단의 이익에 부합하는 분배 기준이 사회 불평등을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불평등은 부당하고 해소해야 할 대상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균등 분배를 지지하게 된다.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대표적 학자로는 카를 마르크스가 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계급 간 관계는 착취적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계급 착취를 없애야 한다. 봉건사회에서 착취는 대개 소작농이 만든 생산물이 귀족에게 직접적으로 이전되는 형태였다.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착취의 근원이 다소 모호해졌는데,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고용에 필요한 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을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이러한 잉여는 자본가 이윤의 근원이 된다. 가령 어떤 의류 공장 노동자들이 하루에 정장 100벌을 만들 수 있다고 하자. 또한 정장 75벌만 팔아도 노동자들의 임금과 공장과 장비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 있다고 하자. 이때 나머지 25벌의 정장 판매에서 발생한 수입이 바로 이윤이 되는 것이다. 근대산업의 발달로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노동자계급은 자본가계급에 비해 점점 빈곤해지게 된다. 비록 이전보다 절대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있을지라도, 계급 간 차이는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부의 세습으로 이러한 격차는 대물림되고 더욱 증폭될 것이므로 자본주의는 새로운 계급을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대립은 필연적이다. 혁명적인 방법이 없는 이상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구조적 부조리를 타파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