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가 국가간 무역전쟁이 벌어지지 않게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국이 충분한 협상 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WTO의 구제책이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생글기자 코너] 무역전쟁 대비한 협상카드 충분한가
중국이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며 일본이 철회를 요구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한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확대하면 WTO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해양수산부 장관의 우려가 있었다. 그러면 과연 WTO는 무역분쟁을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2002년 시작해 10여 년을 끈 미국과 브라질 간 ‘면화 전쟁’을 보면 이런 의문이 조금 풀린다. WTO 회원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UR)를 통해 농업·서비스 분야 시장개방과 수출보조금 및 덤핑 축소에 1994년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가뭄으로 어려워진 면화 농가에 최저 판매가를 보장해주고 막대한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다. 이에 브라질은 UR 협정 위반이라며 제소했고, WTO는 ‘왜곡적 보조금’이라고 판결했다. 미국이 이 판결에 따르지 않자 WTO는 29억 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브라질에 허용했다. 브라질은 자국 내에서 미국의 지식재산권 일부를 폐지하겠다고 압박했고, 미국 정부는 결국 두 손 들고 브라질 면화업계에도 3억 달러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예를 보면 WTO가 무역전쟁이 벌어지지 않게 좋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피해국이 충분한 협상 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WTO의 구제책이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발도상국 등은 국력과 법률적 역량 부족 등으로 문제 제기조차 쉽지 않다. 브라질처럼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미·중 패권 갈등, 공급망 경쟁, 러시아·북한의 도발 등으로 WTO의 역할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최선호 생글기자(청심국제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