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여러 분야를 시도해 보고 자신과 맞는 분야와 안맞는 분야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미성년자로선 큰 성취 아닐까요. 시간은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인데 이를 아깝게 흘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대학 생글이 통신] 진로 결정에 '린 스타트업' 적용해보길
“공부를 잘하면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폭이 넓어지잖아.” 이것은 “너는 왜 공부를 해?”라는 질문에 대해 제가 가장 많이 들어본 답변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가 요즘 흥미를 느낀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이것은 ‘만들기-측정-학습’의 피드백 순환을 빠르게 반복하며 목표를 달성해가는 방법론입니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창업팀에서 ‘마인크래프트’ ‘제페토’ 같은 온라인 가상 세계의 제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오랜 기간 소셜 로그인 기능, 걷기 기능을 추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고객들은 그 기능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가상 세계에서는 기존 친구들과 얽히고 싶지 않았고, 걷기보다 훨씬 간단한 순간이동 기능을 선호했습니다. 리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고, 그는 다시는 헛된 노력을 하지 않겠다며 린 스타트업 이론을 만듭니다.

이론은 ‘만들기-측정-학습’을 계속 반복하라고 합니다. 최소 기능 제품(MVP)을 ‘만들고’ 고객에게 자꾸 보여주며 반응을 확인(측정)합니다. 반응이 좋으면 그 방향대로 가고 안 좋으면 수정(학습)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최소한의 기능을 지닌 제품을 만들고 다시 고객 반응을 봅니다.

미래에 더 다양하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에릭 리스가 과거에 한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노력을 많이 들여 한 번에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공부가 전혀 필요 없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고, 결정한 전공이 재미가 없으면 여태까지 쓴 시간은 헛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린(lean)하게 진로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죠. ‘진로 방향’이라는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고, ‘나’라는 소비자에게 보여주며 반응을 확인한 뒤, 별로라면 방향 전환을 하는 겁니다. 여러 분야를 시도해보고 자신과 맞는 분야와 안 맞는 분야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미성년자로선 큰 성취 아닐까요. 저는 이런 린 방법을 선호합니다. 시간은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인데 이를 아깝게 흘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공부를 계속 이어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회과학 공부가 가장 마음에 들어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있는 모든 전공의 1학년 교과서를 보고 공부를 가볍게 해보았죠. 그리고 경제학이 가장 흥미로워 경제를 전공하기로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학교, 같은 학과에 다녀도 불만족하며 전과를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지원 서울대 경제학부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