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혁신 주체는 누구인가
혁신의 주체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민간이라는 의견부터 사실은 정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 그리고 스타트업의 전유물이라는 주장에서부터 대기업이 오히려 혁신에 유리하다는 의견까지 혁신의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혁신은 정부와 민간이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때 완성된다.
혁신의 주체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민간이라는 의견부터 사실은 정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 그리고 스타트업의 전유물이라는 주장에서부터 대기업이 오히려 혁신에 유리하다는 의견까지, 혁신의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혁신의 주체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민간이라는 의견부터 사실은 정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 그리고 스타트업의 전유물이라는 주장에서부터 대기업이 오히려 혁신에 유리하다는 의견까지 혁신의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혁신은 정부와 민간이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때 완성된다.
혁신을 둘러싼 의견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담아내기 어려운 이슈였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기적인 수요자와 공급자의 의사 결정으로 서서히 균형을 회복하고, 이 지점에서 생산자도, 소비자도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최적의 상태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확체감이다. 동시에 애덤 스미스는 분업의 효율성을 설명한다. 이는 수확 체증을 의미한다.
경제학자들은 오랜 기간 수확 체증보다는 수확체감에 따른 균형 회복에 집중했다. 언젠가는 경제성장의 동력이 떨어져 정체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기술이 어떻게 수확 체증에 기여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학자 앨린 영은 달랐다. 그는 새로운 도구나 기계, 재료, 설계의 발명이 분업을 수반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은 전문화와 별개가 아닌 전문화 증가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조지프 슘페터 역시 혁신만이 수확 체증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솔로는 조금 더 나아갔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경제성장 가운데 땅을 개간하고, 노동자가 산업으로 유입되고, 투자받아 자본을 늘려 이뤄진 것은 약 15%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나머지 85%는 노동이나 자본 증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요인, 즉 혁신에 의한 성장임을 밝혀냈다. 정점은 솔로의 제자였던 경제학자 폴 로머였다. 그는 혁신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혁신은 투입이자 산출이라고 바라봤다. 이는 지식이 비경쟁적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즉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시에 배타적일 수 있다. 특허받거나 경쟁자들에게 추월당하기 전까지 충분히 오랫동안 독점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혁신을 이끄는 암묵적 지식의 특성으로 인해 혁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한 주장이 엇갈린다.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정부 주도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리처드 넬슨과 케네스 애로도 비슷하다. 이들은 민간 부문은 혁신에 달려들 유인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업가는 남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편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밀라노 IULM 대학교의 역사 및 정치사상학 교수인 알베르토 밍가르디의 견해는 다르다. 혁신은 19세기 훨씬 이전부터 인류를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마추카토 교수가 정부 주도 혁신의 예로 거론하는 철도 역시 전 세계적으로 민간의 영역이었다고 설명한다. 당시 영국 국가 예산은 모두 국방과 전쟁으로 인한 부채를 갚는 데 쓰이는 탓에 혁신에 쓸 수 있는 예산은 한 푼도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르 역시 정부가 혁신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부터이며, 19세기까지는 혁신 과정에 국가의 역할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미국 역시 1940년 이전까지 연구개발에 공공 예산이 투입된 적이 없다.
사실 국가가 혁신을 일으켰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어떤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주체에게 배분되었는가다. 정부 주도의 ‘임무 지향적 혁신’을 주장하는 마추카토 교수 역시 국가가 연구개발(R&D) 지출을 늘릴 때 상위 제약회사들은 예산 지출을 줄인다고 꼬집는다. R&D 지출의 구축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부문도 많다. 과거 핵무기나 우주 탐사는 국가 없이는 지금의 발전 단계에 이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혁신은 우연히 혹은 아이디어의 교환을 통해 발명되고 발견된다. 정부가 발명하고 민간으로 전파한다는 일방향적 관점은 맞지 않다. 혁신과 관련해 정부가 혹은 민간이, 그중에서도 스타트업이, 대기업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은 옳지 않다. 결국 정부와 민간이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때 혁신이 완성된다. 혁신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정부와 민간의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산이 늘고 줄었는지에 따라 혁신이 커지고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