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슈퍼문
지난달 29일, 올해 마지막 '슈퍼문'이 추석 밤하늘에 등장했다. 슈퍼문은 달의 공전(한 천체가 다른 천체 주위를 주기를 가지고 도는 운동) 궤도상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을 때 뜨는 보름달을 뜻하는데 올해는 7월에 한 번, 8월에 두 번, 9월에 한 번씩 총 4번 등장했다.

달은 타원 궤도를 따라 지구를 공전한다. 궤도가 원이라면 달이 어디에 있든지 중심(지구)으로부터의 거리가 일정할 것이다. 하지만 타원은 럭비공처럼 원을 양쪽에서 누른 모양이어서 달의 위치에 따라 거리가 바뀐다. 이때 공전 궤도에서 지구에서 가장 먼 지점을 원지점, 가까운 지점을 근지점이라고 부른다. 럭비공으로 치면 뾰족한 부분이 원지점이고, 90°떨어진, 완만한 부분이 근지점이 된다. 같은 물체도 가까이 있을수록 커 보이기 때문에 달이 근지점에 있을 때 평소보다 거대한 달을 관찰할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달이 근지점과 원지점에 있을 때 지구와의 평균 거리는 각각 36만3300km, 40만5500km로 4만km 넘게 차이가 난다. NASA는 과거 2008년 촬영된 슈퍼문 사진을 공개하며 “일반적인 보름달보다 14% 크고, 30% 밝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달이 근지점에 있다고 항상 슈퍼문인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한데 반드시 ‘보름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의 실제 모양은 공처럼 둥글지만, 지구에서 볼 때는 매번 보름달로 보이지 않고 때로는 반원(상현달, 하현달), 때로는 눈썹 모양(초승달, 그믐달)으로 보인다. 이렇게 모양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달은 항성이 아니어서 스스로 빛을 낼 수 없고, 따라서 주변에 있는 항성인 태양의 빛을 반사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럼 보름달은 언제 뜰까. 지구는 태양을 공전하고, 달은 그런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와 달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모양이 결정된다. 보름달은 세 천체가 달-지구-태양의 순으로 배치되어 달이 태양 빛을 완전히 받았을 때 볼 수 있다.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 때 걸리는 시간(공전주기)은 약 27.3일이지만, 보름달이 뜨는 주기는 이보다 이틀가량 더 긴 29.5일 정도다. 달이 공전하는 동안 지구 또한 공전하면서 원래 위치를 벗어나기 때문에 달이 조금 더 움직여야 달-지구-태양 배열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슈퍼문은 달이 근지점에 있으면서 마침 보름달인 행운이 겹쳐야 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런 행운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슈퍼문이 뜬 후 달의 행적을 살펴보면 공전주기에 따라 27.3일, 54.6일, 81.9일…마다 근지점을 지나친다. 그런데 보름달이 되는 건 29.5일, 59일, 88.5일…이므로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는 시점이 계속 어긋난다. 이대로는 슈퍼문이 다시 뜰 일이 없어 보이지만, 달은 타원궤도를 돌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속도가 다른 두 사람이 직선 코스를 달리면 출발선 이후 만날 일이 없지만, 쇼트트랙에서 볼 수 있듯 원형 코스를 돌면 더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따라잡게 되는 것과 같다.
결국 슈퍼문이 뜨고 다음 슈퍼문이 뜨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해보면 413일쯤 된다. 그렇다고 슈퍼문을 413일 만에 딱 한 번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올해만 해도 4번이나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슈퍼문이 천문학에서 쓰는 공식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은 슈퍼문이란 용어가 1979년 미국의 점성술사 리처드 놀(Richard Nolle)이 한 잡지에서 사용한 것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보름달이 정확하게 근지점에 있을 때가 아니라 대강 근지점을 기준으로 지구까지의 거리가 10% 넘게 벗어나지 않으면 슈퍼문으로 보고 있다. 참고로 내년에는 8월을 시작으로 9, 10, 11월 각각 1번씩 총 4번 슈퍼문이 등장할 예정이다.
슈퍼문이 평소에 뜨는 보름달보다 크게 보이는 건 과학적 사실이지만, 한가위에는 일가친척과 오순도순 차례를 지내며 마음이 풍성해진 탓에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부푼 마음으로 내년에 다시 찾아올 슈퍼문을 기다려보자.√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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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