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미디어
이마트가 죽전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쇼핑객 동선에 따라 다양한 광고를 보여준다. /한경DB
이마트가 죽전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쇼핑객 동선에 따라 다양한 광고를 보여준다. /한경DB
세계적 경기 침체와 내수 소비 부진으로 위기에 부닥친 유통 대기업 롯데와 신세계가 미래 먹거리로 ‘리테일 미디어(retail media)’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 그동안 축적한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리테일 미디어는 유통업체가 보유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광고 사업이다. 사람이 몰려드는 곳에 광고주가 원하는 맞춤형 광고를 붙여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아마존·월마트 이어 롯데·신세계 진출롯데쇼핑은 지난달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리테일 미디어 사업을 들고 나왔다. 백화점과 마트부터 슈퍼, 아웃렛, 복합몰, 편의점, 홈쇼핑, 이커머스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유통망이 이 사업의 바탕이 된다. 올해 말께 시범 서비스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롯데 측은 “국내 최대인 4200만 명 규모의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의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도 최근 실적 발표 행사에서 하반기 중점 추진 전략으로 리테일 미디어를 언급했다.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과 스마트폰 앱을 연계한 통합 광고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2017년 죽전점을 시작으로 123개 매장에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구축하고 광고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이런 광고 사업을 더욱 고도화해 신규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디지털 사이니지가 설치된 점포는 전체 이마트 매장의 90%에 달한다.

리테일 미디어 사업은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 유통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2021년 광고 매출이 312억 달러(약 42조 원)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는 광고 사업으로 107억 달러(약 14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마존은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메타에 이어 3위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월마트도 미국 전역의 4600여 개 매장을 활용해 광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리테일 미디어 시장 규모는 520억 달러(약 7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검색엔진과 SNS를 중심으로 형성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약 20%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지갑 열 사람 공략… 광고 효과 극대화”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리테일 미디어의 최대 강점은 이용자의 구매 시점에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쇼핑몰에 방문한 사람은 무언가를 구입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은 만큼 광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유통업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광고 사업은 유통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과 ‘집객력’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