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12)
이번에 다룰 유형은 비교입니다. 비교는 사전에서 정의하듯, 둘 이상의 대상을 견주어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규명하는 사고-작업입니다. 비교를 공부할 때는 이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비교에 대해 소위 ‘기준’이라는 것을 기계적으로 잡아 수행하는 일이라고 배우게 되면, 첫발부터 잘못 들어서서 교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12)
정석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비교는 상대와의 대립적 성격을 범주화하는 사유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생글생글에서 비교 개념에 대해 차근히 풀어나간 적이 있는데, 오늘은 다른 비유를 들어보지요. 예를 들어 ‘선풍기’와 ‘에어컨’을 비교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둘을 견주어볼 때 유사점은 둘 모두 사람을 시원하게 할 용도로 개발한 전기적 장치라는 것입니다. 차이점도 분명합니다. 선풍기는 공기의 온도를 낮추어 내보내지 않으므로, 온도를 낮춰 시원한 바람을 내뿜는 에어컨에 비해 ‘자연적’인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에 비해 에어컨은 ‘가공된 인위적’ 바람을 내보냅니다. 양자의 가장 큰 차이는 이렇게 구분되겠지요? 그런데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하나만 놓고 보면 결코 ‘자연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선풍기도 전기로 날개를 돌려 우리를 시원하게 해줍니다. 에어컨과 비교하니까 선풍기가 상대적으로 ‘자연적’인 바람으로 규정되는 것일 뿐이죠. 즉 비교에서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규정됩니다. 이처럼 두 대상을 놓고 곰곰이 사유하는 것입니다. 양자의 본질을 들여다봅시다. 상대 쪽과 비교해 이쪽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봐야겠죠? 서로 대조하다 보면, 각자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비교의 본령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아래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답안을 쓰는 형식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간 본성에 대한 ‘성선설’과 ‘성악설’의 표면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양자의 본질적 차이를 상대적으로 규정하면서, 깊이 고민해보라는 요청만 할게요. [논제 1] 문화에 대한 <가>와 <나>의 논지를 비교하시오. (600자 내외, 35점)[가] 미국 정부는 지방의회를 통해 어느 늙은 인디언 추장에게 접근했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포함되어 있는 적당한 크기의 땅을 정부에 팔도록 설득하기 위해서다. 인디언 추장은 그러한 요청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으로 거절했다.
“당신은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대지의 달콤한 흙냄새, 서늘한 공기와 수정 같은 맑은 물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우리가 땅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그것들을 어떻게 사겠다는거요? 게다가 우리는 그런 것들의 주인도 아니잖소? 이곳의 땅 한 뼘 한 뼘은 나와 우리 인디언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신성한 것들이오. 소나무 한 그루, 바닷가의 모래 한 알, 깜깜한 숲속에서 떨어지는 이슬 한 방울, 새 한 마리, 벌레의 노랫소리 등 이 모든 것은 하나같이 너무도 소중한 것이라오.
우리가 땅의 일부이듯, 땅 역시 우리의 일부입니다. 그 위에 있는 모든 것 -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달콤한 향기를 피워올리는 꽃, 우리를 태우고 산과 초원을 달리는 말, 들판에서 풀을 뜯는 소, 하늘 높이 차고 나르는 독수리,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소. 절벽과 평원, 수풀과 농장에서 우리의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이, 우리는 살아 있는 다른 모든 생명체와 함께 하나의 거대한 가족의 일원이라고 큰 소리로 들려주고 있소. 시냇물과 수정처럼 맑은 호수의 물은 우리 선조들의 피를 비추고 있소, 산골짜기에 조잘거리며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우리에게 대지의 옛 영광을 상기시켜주고 있소. 우리는 어머니 같은 부드러운 손길로 우리의 강을 대하고 있소. 강은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자기 등에 카누를 띄워 우리를 일터로, 제단으로, 혹은 잔칫집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이오. 대지가 우리의 어머니이고 하늘이 우리의 형제라면, 강은 우리의 자매라 해도 좋소. 우리의 생활 방식은 백인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오. 비록 우리가 백인들과 같은 땅에서 살고 있다 하더라고 그 땅과 우리의 관계, 그 땅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절대로 백인들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오. 백인들은 땅을 사고팔 수 있는, 아니면 빼앗아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하고 있소. 백인들은 땅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어머니가 아니라, 오히려 정복해야 할 대상,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야 할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온갖 기계와 도구로 인해 생기는 인위적 소음과 물결치는 자동차 행렬, 상업화된 삶으로 가득 차 있는 백인들의 도시는 우리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소. 백인들은 우리가 미개하다고 생각할 것이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바로 이 흙 속에 우리 선조의 재가 섞여 있다고 가슴 깊이 진심으로 믿고 있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운명이 이 대지의 운명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소.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이며, 하느님은 세상 만물에 햇살과 비를 내리시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기 때문이오, 하느님은 산과 계곡, 비옥한 곳과 황폐한 곳,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지 않으십니다.”
[나] 아도르노는 현대사회를 ‘동일성의 원리’에 의해 관리되는 사회라고 규정했다. 동일성의 원리란 주체가 대상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 서로 다른 대상을 주체가 가지고 있는 동일한 하나의 형식으로 강제하는 지배 원리를 말한다. 동일성의 원리에 따르면 각각의 상품은 구체적인 유용성을 가지고 있는 사용 가치의 대상이 아니라, 다른 대상과 교환 가능한 추상적인 교환 가치의 대상으로서 ‘동일한 것’이 된다.
그는 대중문화가 이러한 동일성의 원리를 실현시키는 수단이라고 보았다. 즉 대중문화는 사람들의 내적 본성에 작동하여 모든 사람이 동질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오늘날의 문화는 철저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일종의 비즈니스가 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후기자본주의 시대의 대중문화를 지칭하는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했다.
그는 대중문화가 교환할 수 있는 것만큼의 가치만 지니고 있어 결국 시장성이 예술의 가치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아도르노는 문화산업의 산물이 나타내는 특징을 ‘표준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표준화는 대량생산 체제의 산물로서 대중문화가 겪을 수밖에 없는 본질적 특성이다. 예를 들어 대중음악은 몇 가지 표준적인 구성 원칙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인기 가요의 처음 몇 마디만 들어도 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짐작할 수 있으며, 대중은 자신의 추측이 맞아떨어질 때에야 비로소 행복감을 느낀다. 이는 문화산업의 산물들이 표준적인 도식에 따라 끊임없이 재생산된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확실한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곳을 지향하는 자본투자의 원칙은 문화산업의 표준화를 강화한다. 특정한 작품이 인기를 얻어 성공하게 되면 새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작품이 그것을 흉내 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표준화가 확립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