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물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11)
지난 시간(2023년 8월 14일자 16면)에 이어 해제를 하겠습니다. 분류요약의 유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통된 쟁점을 잡고 쟁점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정확히 분류하는 문제 해결력입니다. 분류가 되지 않으면 오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확한 분류가 곧장 좋은 답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제시문들의 내용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재구성하거나, 핵심적인 의미만을 잘 선별하고 제시문의 다양한 상징적 장치들이 의미하는 바를 읽어내는 문해력 및 표현력이 필요합니다. 분류요약의 본질은 요약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따라 분류요약에서 추가로 원하는 사고가 있습니다. 성균관대는 1번에서 제시문 간의 미묘한 관점 차이를 충분히 읽어내는 답안에만 A등급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등급 분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A : 제시문들을 심신이원론의 <제시문 1, 4>와 심신일원론의 <제시문 2, 3>으로 올바르게 분류하고, 그 핵심 논지를 죽음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으며, 두 입장 간의 차이 및 제시문 간의 내용상의 차이점까지도 부각시키고 있는 답안

B: 제시문들을 올바르게 분류하고, 상반된 두 입장의 논지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으나, 두 입장 간의 차이 및 제시문 간의 내용상의 차이점을 충분히 부각시키지는 못한 답안

C: 제시문 분류는 올바르게 하였으나, 각 입장의 핵심 논지에 대한 명확하고 간명한 서술에 부족함이 있는 답안

D: 제시문 분류에서 오류를 범하였지만, 각 입장의 핵심 논지에 대한 서술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답안

E: 제시문 분류에서 오류를 범하고, 논지 서술이 제대로 안 된 답안
지난 문제에서는 <보기>가 주어져 분류가 쉬웠으리라 봅니다. 심신일원론의 관점에 해당하는 제시문 2, 3과 심신이원론의 제시문 1, 4가 서로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각 제시문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제시문 1> : 먼저 글을 읽고 난 후 제시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결론, 주장 등)를 정리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이 제시문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①육체와 정신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②죽음을 통해 지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③죽음을 통해 지적 성취를 완성할 수 있으니, 죽음을 기쁘게 수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이 중에서①,② 는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라 근거에 가깝습니다. ③이 그의 의도이자 결론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했으면, 왜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 즉결론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간략하게 분석해 봅시다. 다음 중 어느 것이 가장 적합한 논리인가요?

①죽을 목숨에 매달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②육체가 정신과 분리되어 있고 죽으면 정신이 해방되기 때문이다.

③육체는 정신의 지적 작용을 방해하는 족쇄이며, 죽으면 육체의 욕망과 본능으로부터 탈피하기 때문이다.

네, 근거는 ③번이겠지요? 그렇다면 제시문 1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제시문 1> 요약 : 소크라테스는 죽음이 해방이자 도약이므로 이상적인 사람이라면 죽음을 달가워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지적 완성을 희구하는 입장에서 육체와 함께하는 욕망의 본성은 지성의 온전한 발휘를 제약하는 방해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제시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스스로 주장/근거 (결론/논리)를 정리한 후에 비교해보면 좋겠습니다.

<제시문 2>

결론 : 죽음은 자연적 운명이므로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말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자.

논리 : 시기가 되어 기가 모이면 발생하는 것이 삶이라면 죽음은 그 반대의 자연스러운 해체일 뿐이다.

<제시문 3>

결론 : 죽음을 끝이라고 이해하면 후회와 원망으로 얼룩질 수 있다.

논리 : 용석이 보이는 감정과 행동은 사후 세계를 믿지 않아 죽음이 두렵고, 그로 인해 삶의 욕구에 과하게 집착하게 되어 욕구 실현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원망과 후회로 해석한 결과다.

<제시문 4>

결론 : 죽음이 끝이 아니니 초연하게 받아들이겠다.

논리 : 그는 해가 지고 뜨는 것처럼 죽음도 무한한 연속의 과정일 뿐이며 삶과 죽음은 하나의 여정이나 다름없다고 여기고 있어서 죽음 앞에서도 담담한 것이다.

자, 이제 같은 입장 속에 있는 제시문들의 차이를 정리해 볼까요? 심신이원론의 제시문 1, 4간에는 죽음에 대한 이해의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제시문 1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오히려 삶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하면 제시문 4에서 죽음과 삶은 동일한 가치를 가집니다. 한편 심신일원론의 입장에 속한 두 제시문의 차이도 보입니다. 제시문 2는 죽음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3에서는 죽음을 거부하는 용석의 태도가 두드러집니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이 답안을 기술할 토대가 잡힌 셈입니다. 아래 답안 속에는 성균관대학교 1번 답안의 합격 요령이 담겨있습니다. 답안 작성의 요령을 손으로 익힐 수 있도록 최근의 기출문제를 제대로 된 답안과 함께 반복하길 바랍니다.

[ 답안 ]

제시문들은 심신일원론의 관점에서 죽음이 곧 소멸이라고 보는 <제시문 2>, <제시문 3>과 심신이원론의 관점에서 죽음 이후에도 영혼이 존속한다고 보는 <제시문 1>, <제시문 4>의 상반된 관점으로 분류된다.

심신이원론은 모두 죽음을 일종의 경유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에 죽음을 거부하지 않고 자기 본질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는 <제시문 1>에서 죽음이 해방이자 도약이므로 이상적인 사람이라면 죽음을 달가워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지적 완성을 희구하는 입장에서 육체와 함께하는 욕망의 본성은 지성을 제약하는 방해물로 여겨질 따름이다. <제시문 4>의 화자 또한 죽음 앞에 담담하다. 해가 지고 뜨는 것처럼 죽음도 무한한 연속의 과정일 뿐이며 삶과 죽음은 하나의 여정이나 다름없다고 여긴다. 종합하자면 <제시문 1>은 죽음의 가치를 삶보다 더 높게 보고 <제시문 4>는 죽음과 삶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는 관점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죽음을 또 다른 출발점이라고 보며 학문과 삶의 여정을 걷는 자기 본질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두 제시문의 시선은 동일하다.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이와 대비된 심신일원론은 죽음을 소멸로 이해하고 삶에 집중한다. <제시문 2>의 장자는 죽음과 소멸이 자연적 운명이므로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말라고 설득하여 주변을 놀래킨다. 초연한 태도는 <제시문 1>과 유사할지 몰라도 이유는 정반대다. 때가 되어 기가 모여 태어난 것이 삶이라면, 죽음은 그 반대의 자연스러운 해체일 뿐이라는 논리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죽음의 무게를 덜어내고 삶에 집중하는 모습이 있지만 <제시문 3>처럼 남은 삶의 시간으로 인해 욕망이 증폭하는 경우도 있다. 용석은 사후 세계를 믿지 않아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로 인해 욕구 실현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원망과 후회로 해석하고야 만다. 돌이켜보면 <제시문 2>의 순응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죽음관인데 비해 <제시문 3>의 거부는 본능적 직관에 의한 공포와 맞닿아있다. 죽음이 마지막으로 이해되면 인간은 자기 특성에 기초하여 특별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