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지구 자전축의 변화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계의 탄생에 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성운설이다. 이는 우주 공간의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구름의 중력 붕괴와 수축으로 별의 탄생을 설명한다.서울대 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그러니까 약 46억 년 전, 우리 은하의 나선팔에 분포하던 성운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력 붕괴가 일어났고, 이로 인한 수축이 계속된 것이 태양계 탄생의 기원이라는 설명이다.성운에서 수축이 시작되면 그 중심부를 축으로 하는 회전운동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중심부에 질량이 집중돼 각 운동량 보존에 의해 회전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운은 원반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수축으로 중심부의 밀도가 높아지면서 온도가 상승하고,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핵융합 반응이 시작된다. 성운 질량의 대부분이 모여 형성된 중심부의 이 덩어리가 바로 원시 태양이다. 태양을 형성하고 원반에 남은 물질은 행성과 위성, 소행성 등의 천체가 되었다.
이 같은 태양계 탄생 과정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행성들의 공전 방향이 모두 같은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그리고 회전하는 원반에서 생성된 행성들도 각자의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행성들의 자전축이 공전축과 나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전축에 대해 자전축이 기울어진 각도도 행성마다 다른데, 금성의 경우에는 약 177도로 뒤집혀 있고, 천왕성은 약 97도 기울어져 있어서 공전 궤도면에 극 지역이 닿아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약 23.5도 기울어져 있어서 계절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이는 태양계 초기의 행성들이 무수히 많은 소행성과의 충돌을 겪은 결과로 여겨진다. ‘소행성 대폭격기’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충돌로 인한 큰 충격이 행성의 자전축 기울기를 변화시킨 것이다.
자전축의 기울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한다. 구 유고슬라비아 세르비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밀루틴 밀란코비치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는 21.5도에서 24.5도 사이를 오르내리며 변화하는데, 그 주기는 약 4만1000년 정도다. 이러한 기울기 변화는 자전축 자체가 팽이처럼 회전하는 세차운동 및 지구의 공전궤도 이심률의 변화와 함께 ‘밀란코비치 주기’라고 불리며, 지구의 기후가 변화해 오는 데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지구 자전축은 약 23.5도만큼 기울어져 있고, 그 기울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약 8000년이 지나면 최솟값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서기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이 연구에서 지목한 지구 자전축 급변의 원인은 인간의 지하수 사용에 있다. 1993년부터 2010년까지 인간 활동을 위해 끌어다 쓴 지하수의 양은 약 2조1500억 톤에 이른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변하지 않으므로, 인간이 땅 밑에서 끌어 올려 사용한 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간다. 이 과정을 통해 해수면은 약 6mm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과정에서 지구 물질량 분포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즉 회전하는 팽이 위에 조금이라도 무게를 더하면 팽이의 회전이 변하는 것과 같이, 대륙의 땅속에 있던 막대한 양의 지하수가 인간 활동으로 바다로 흘러들면 물질량 분포에 변화가 생기고, 이는 지구 자전축 변화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인간은 지구에 등장한 이후로 끊임없는 발전을 이루어 왔다. 문명이 발생하고 성장하며 산업화와 함께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 사회를 이루었다. 그러면서 지구의 환경도 함께 변화했다. 막대한 양의 온실 기체 배출로 지구가 탄생한 이래 가장 급격한 평균기온 상승을 가져왔고, 세계는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은 지구 자전축의 급격한 변화를 몰고 오기도 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의 증가로 지하수 개발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간의 활동 규모가 대단히 커서 지구 기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살면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우용 한가람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