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로마 시대의 냉장고
뜨거운 여름, 더위에 지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것 중 아이스크림이 있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차가워서 기분 좋게 더위를 식혀 준다. 이런 아이스크림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나이지리아의 한 교사가 만든 항아리 냉장고. 항아리와 항아리 사이에 넣은 젖은 모래 속 물이 증발하면서 온도를 낮춰 준다.
나이지리아의 한 교사가 만든 항아리 냉장고. 항아리와 항아리 사이에 넣은 젖은 모래 속 물이 증발하면서 온도를 낮춰 준다.
최초의 아이스크림은 과일 주스를 얼린 셔벗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 시대의 귀족들이 디저트로 즐겼다는 얼음 셔벗이 그 시작이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 그들은 알프스의 만년설을 가져다가 염 성분이 들어 있는 진흙을 섞어 간이 냉동고를 만들었고, 그 안에 과일 주스를 넣어 얼려 먹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그와 비슷하게 간이 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 얼음에 소금을 3:1로 섞으면 -20℃까지 내려가기 때문이다. 얼음과 소금을 섞으면 온도가 그렇게 많이 내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음에 소금을 넣으면 어는점 내림 현상으로 인해 그냥 두었을 때보다 훨씬 빨리 녹는다. 얼음은 녹을 때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주변의 온도가 빠르게 내려간다. 흡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얼음이 녹을 때 흡수하는 열은 융해열(heat of fus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얼음에 소금을 넣었을 때 온도가 내려가는 것은 얼음의 융해열 효과만은 아니다.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에 소금이 용해되면서 또 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즉, 얼음에 소금을 넣었을 때 온도가 내려가는 이유는 얼음 융해열과 소금 용해열(heat of solution)의 합작품이다.

상태 변화가 일어날 때 에너지가 흡수되는 것은 융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액체가 기체로 기화될 때도 흡열 반응이 일어나 주변의 온도가 내려간다. 이때 흡수되는 열은 기화열(heat of vaporization)이라고 하는데, 냉장고 없이 사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신선한 식품을 저장할 수 있게 해 주는 간이 냉장고가 이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나이지리아의 한 교사가 만든 항아리 냉장고가 그것으로, 큰 항아리 안에 작은 항아리를 넣은 뒤 두 항아리 사이에 젖은 모래를 채워 넣어서 만든다. 젖은 모래 속의 물이 항아리의 미세한 구멍으로 빠져나가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흡수해 작은 항아리의 온도를 낮춰 주기 때문에 안에 넣어 둔 식품이 신선하게 보존될 수 있다. 이 항아리 냉장고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대표적 적정기술의 예로도 소개된다.

이처럼 물질의 상태가 변할 때는 반드시 에너지의 출입이 발생한다. 상태가 변할 때 분자들의 운동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융해나 기화와 같이 분자운동이 활발해지는 방향의 변화가 일어날 때는 에너지가 흡수되어 주변이 차가워지고, 응고나 액화와 같이 분자운동이 느려지는 방향의 변화에서는 에너지가 방출되어 주변이 따뜻해진다. 상태 변화가 일어날 때 흡수되거나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은 물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다른데, 물의 경우 수소 결합으로 인해 분자 간의 인력이 커서 상태 변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생활 주변의 다양한 사례에서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더위를 달래 주는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에어컨이 있다. 에어컨 또한 상태 변화가 일어날 때 열이 흡수되는 현상을 이용한 제품이다. 에어컨은 물 대신 냉매라고 부르는 물질을 사용하는데, 압축기에서 압력을 가해 냉매를 액체로 만든 뒤 증발기 안에서 냉매 액체가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냉매는 대체로 독성·부식성이 없는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데, 1세대 냉매인 CFC(염화 플루오린화 탄소, 일명 프레온가스)는 오존층 파괴 효과로 인해 사용이 금지되었다. 2세대 냉매인 HFC(수소 플루오린화 탄소)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지만 지구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의 1000배 이상이어서 사용 규제 조치가 점차로 시행되는 중이다. 따라서 현재는 3세대 냉매인 HFO(수소 플루오린화 올레핀)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열역학 제1법칙에 따르면 고립계에서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다. 어딘가가 시원해지면 어딘가는 반드시 더워진다는 말이다. 에어컨을 켠 채 정지해 있는 자동차 가까이 지나가 본 경험이 있다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에어컨이 없던 옛날에는 더위를 서로 나눠서 감당했지만, 요즘에는 누군가는 시원하고 다른 누군가는 더 더워졌다. 우리가 조금만 덜 시원하게 지낸다면, 다른 누군가는 덜 덥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실천을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지금 실내 온도가 너무 낮지 않은지 살펴보면서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보자.√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얼음에 소금 섞으면 -20℃까지 내려가
얼음에 소금을 넣으면 어는점 내림 현상으로 인해 그냥 두었을 때보다 훨씬 빨리 녹는다. 얼음은 녹을 때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주변의 온도가 빠르게 내려간다. 흡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얼음이 녹을 때 흡수하는 열은 융해열(heat of fusion)이라고 한다. 하지만 얼음에 소금을 넣었을 때 온도가 내려가는 것은 얼음의 융해열 효과만은 아니다.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에 소금이 용해되면서 또 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즉, 얼음에 소금을 넣었을 때 온도가 내려가는 이유는 얼음 융해열과 소금 용해열(heat of solution)의 합작품이다.

전화영 서울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