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니피센트7
인공지능(AI) 열풍 등에 힘입어 미국 나스닥지수는 상반기 30% 이상 급등했다.   한경DB
인공지능(AI) 열풍 등에 힘입어 미국 나스닥지수는 상반기 30% 이상 급등했다. 한경DB
‘31.7%’. 미국 나스닥지수의 올 상반기 상승률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1983년 이후 40년 만에 최대치다. 상·하반기를 통틀어 범위를 넓히면 닷컴 버블 때인 1999년 하반기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나스닥지수는 1년 동안 33.1% 떨어지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해가 바뀐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분위기 반전을 이끈 키워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다. 챗GPT 열풍으로 생성형 AI와 관련된 기술기업 주가에 불이 붙었다. AI 열풍 속 거침없는 상승…美증시 ‘구세주’로“‘매그니피센트7’이 증시를 주도했다.”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일 뉴욕증시의 강세 원인을 분석한 기사에 나오는 표현이다. 매그니피센트7은 애플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까지 7개 기업을 일컫는 신조어다. 원래는 1960년대 서부 영화 ‘황야의 7인’의 영어 제목(The Magnificent Seven)인데, 최근 증권가에서 새로운 의미로 쓰이고 있다.

AI 테마에 올라탄 이들 7개 종목은 올 들어 주가가 적게는 30~50%, 많게는 150~200% 올랐다.

경제계에서는 그때그때 주목받는 기업들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가 종종 등장한다. 3~4년 전만 해도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앞글자를 딴 ‘팡(FAANG)’이 고성장 기술주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제 “FAANG주의 시대는 끝났다”(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게 투자자들 반응이다.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빅테크 중 상반기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종목은 엔비디아다. 연초 대비 189.4% 수직 상승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AI 학습에 꼭 필요한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AI용 GPU 분야 점유율은 95%(뉴스트리트리서치 조사)에 달한다.

시총 1위 애플은 지난 상반기 49.2% 오르면서 사상 처음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2조달러(2020년 8월)를 넘어선 지 2년10개월 만이다. 3조달러를 주요국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세계 7위 프랑스(2조9234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한국의 GDP(1조7219억달러)보다는 70% 많다.

테슬라와 메타 역시 상반기에 두 배 넘게 상승하며 증시를 달궜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은 같은 기간 30~50%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럼 하반기엔?…“더 오른다” vs “거품 터진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나스닥의 질주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AI 열풍에 힘입어 미국 증시가 새로운 강세장에 진입했다”는 긍정론과 “미국 증시 역사상 네 번째 슈퍼버블의 막바지”라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향방과 주요 기업 실적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