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匹夫之勇 (필부지용)
▶한자풀이
匹: 짝 필
夫: 사내 부
之: 갈 지
勇: 용감할 용

하찮은 남자의 용기라는 뜻으로
혈기만 믿고 함부로 부리는 만용
-<맹자(孟子)>


맹자는 왕도(王道)정치의 실현을 위해 여러 나라를 돌며 유세하기로 하고 먼저 양나라로 갔다. 양혜왕(惠王)이 맹자를 정중히 맞으며 이웃 나라와는 어떻게 국교를 맺는 게 좋은지 물었다. 맹자가 답했다.

“대국은 소국을 받드는 마음으로, 겸허한 태도로 사귀지 않으면 아니 되옵니다. 이는 인자(仁者)라야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지만, 은나라의 탕왕이나 주나라의 문왕은 이미 이것을 행했습니다. 또한 소(小)가 대(大)를 받드는 것은 하늘의 도리이옵니다. 무왕(武王)의 할아버지 대왕이 그것을 행했기 때문에 주나라는 뒤에 대국을 이루게 되었고, 월나라 왕 구천은 숙적 오나라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하늘을 즐기는 자는 천하를 보존할 수 있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자는 나라를 보존할 수 있습니다.”

혜왕은 매우 훌륭한 도리라고 탄복했지만 양나라는 어느 나라나 받들기만 해야 할 형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맹자에게 재차 물었다.

“나에게는 해가 된다고 하시겠지만, 용(勇)을 즐기는 성품이 있으니 어찌해야 하오?”

맹자가 물끄러미 혜왕을 바라보며 정중히 답했다.

“소용(小勇)을 즐겨서는 아니 되옵니다. 칼을 매만지고 눈을 부라리며 너 같은 자는 나의 적수가 아니라고 하는 따위는 필부(匹夫)의 용(勇)으로, 겨우 한 사람이나 상대할 따름이옵니다. 더 큰 용기(勇氣)를 지니십시오.”

필부지용(匹夫之勇)은 하찮은 남자의 용기라는 뜻으로, 소인의 혈기에서 나오는 경솔한 만용을 이른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자주 사용하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도 맹자와 양혜왕의 대화에서 나온 고사성어다. ‘나는 정치를 잘하는데 왜 이웃 국가 백성들이 국경을 넘어오지 않느냐’는 혜왕의 질문에 맹자가 “싸움터에서 오십보 도망친 병사가 백보 도망친 병사를 비웃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답한 데서 유래했다. 어리석은 자는 만용을 용기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