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폴리오 팬데믹 퇴치한 소크 박사
흔히 소아마비라고 불리는 '폴리오(Polio)'는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로 인해 발병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 신경조직이 손상돼 수시간에서 수일 사이 하지마비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고열과 흉통, 구토, 관절통 등의 고통을 겪다 사망에 이른다. 치유돼도 평생 하지마비로 인해 불구가 되거나 금속으로 된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무서운 병이다.
소아마비라는 병명도 5세 이하의 아동이 많이 걸려 붙은 이름이지만 성인도 걸리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소아마비는 유행과 정체를 반복하다 1950년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기록한다. 1952년에는 미국에서만 5만8000명이 폴리오바이러스에 감염돼 3145명이 사망했다. 그러다 1955년 미국의 의학자 조너스 소크 박사가 백신을 개발하면서 소아마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라지게 된다.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소아마비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대통령이 되기 12년 전인 39세 때 소아마비 합병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루스벨트는 재임 중인 1938년 소아마비극복국립재단(NFIP)을 발족시켰다. 이 재단은 10센트 은화 모금 운동으로 기금을 모아 소아마비 연구를 추진했는데, 그 연구비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은 이가 피츠버그대의 젊은 의학자 조너스 소크였다. 소크는 1948년부터 소아마비(폴리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휴일도 없이 하루 16시간씩 연구에 몰입한 끝에 1952년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소크가 만든 백신은 사백신으로 원숭이의 신장 세포에서 세 종류의 폴리오바이러스를 배양한 다음 포름 알데하이드로 불활성화해 만든 것이다. 그는 먼저 소아마비에 걸렸다 회복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다음으로는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백신 실험을 수행해 효과가 있음을 보였다. 소크는 1953년 3월 26일 폴리오 백신 개발에 성공했음을 미 전역에 알렸으며, 그 연구 결과를 미국의학협회저널에 발표했다.
그는 1953년 11월 본인과 아내, 자녀들을 대상으로 최초 임상시험을 했다. 이어 1954년 소크 박사의 멘토이기도 한 미시간대의 프랜시스 교수 주도하에 의사와 공중보건 관계자, 학교 직원, 자원봉사자, 6~9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중맹검법에 의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그리고 1955년 4월 12일, 루스벨트의 10주기에 이 소아마비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강력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그는 TV 인터뷰에서 백신의 특허권을 누가 소유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음 사람들이겠죠. 특허는 내지 않을 겁니다.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태양이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하듯이, 자신의 백신도 돈에 관계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백신을 무료로 공급했다.
소크 박사는 의학자로서 명예는 물론 천문학적인 비용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가 제약회사에 특허를 양도했다면 지금까지 벌어들였을 돈이 70억달러, 우리 돈으로 8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소크의 바람대로 백신은 싼값에 많은 어린이에게 투여됐고, 배포된 지 2년 만에 소아마비는 이전 대비 90%까지 감소했다. 1979년에는 공식적으로 “미국에서는 더 이상 소아마비가 발병하지 않는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이제 소아마비는 소크의 바람대로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전염병이 됐다.
소크는 대학 시절부터 인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는 20세기 과학, 특히 생물학 분야의 놀라운 발전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함의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196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소크 생물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생물학 분야에서 여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생물학 발전과 인문학적 의의, 그리고 그 사회적 함의를 논의하는 중요한 연구소로 성장했다. 폴리오 백신과 함께 다학제 연구기관인 소크 연구소 또한 그가 남긴 중요한 유산이다.√ 기억해주세요 이중맹검법은 의약품이나 치료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연구 방법이다. 연구 참가자는 자신이 어떤 의약품이나 치료법을 복용하는지 모르고, 연구자는 연구 참가자가 어떤 의약품이나 치료법을 복용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이 연구 방법은 연구 참가자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연구자의 편견이 배제돼 의약품이나 치료법의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임혁 경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