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물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8)
요약형 문항에선 기본적으로 긴 글의 핵심적 내용을 간추려 조리 있게 논술해야 합니다. 논술 문제의 주요 6대 영역에서도 가장 많이 출제되는 핵심 유형 세 가지 중 하나이므로, 논술 합격을 위해 충분히 훈련해야 합니다. 요약은 비교, 비판과 달리 개인의 생각이 개입되는 정도가 작아 상대적으로 단순한 유형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제시문의 성격에 따라 그것을 자기표현으로 환문하고 논리적으로 종합해 재진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따라서 생글생글 독자 여러분의 실질적인 논술 실력 성장을 위해 세 단계로 나눠 접근해보고자 합니다.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8)
요약은 단일 문제로 출제되기도 하고, 다른 요구사항의 전제로 출제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유형을 사례로 들어볼까요?
(예1) 핵심 주제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를 요약하시오.
(예2) (가)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를 평가하시오.
(예3) (가)~(다)의 기술 발전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고, 이를 활용하여 (라)~(마)의 상황을 설명하시오.
(예4) 사회변동에 대한 관점을 중심으로 <제시문 1>~<제시문 4>를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최근에는 (예1)처럼 요약만 요구하는 문제의 출제 빈도는 줄고 대부분의 대학이 복합적인 문항을 출제합니다. 따라서 단일 유형으로만 본다면 출제 비중이 낮지만 실전에서는 요약형 글쓰기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 이유는 (예2)~(예4)와 같은 복합 유형 때문입니다. 가령 (예2)에서처럼 제시문을 정리하고 그에 기초해 다른 요구사항을 풀어나가는 문항에서 앞선 정리가 요약에 해당합니다. 또 (예3)차람 여러 제시문을 통합적으로 요약하라고 요구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한편 성균관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등은 (예4)와 같은 분류 요약형 문제를 출제합니다. 그 양상이나 분량은 대학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다수 제시문을 분류하고 한 입장에 속한 제시문을 유기적으로 엮어 글을 쓴다는 점에서 맥락이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위와 같습니다. 요약 유형의 중요성이 높으므로, 각각의 유형을 나눠 다루어 보겠습니다.
[문제] 아래 제시문을 요약하시오.
어떤 가격 시스템에도 적용되는 기본적인 사실이 있다. 상점이나 소비자 모두 반드시 특정 가격으로 사고팔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양측 모두 언제나 선택이 가능하다. 당신이 커피에 50센트만 지불하고자 한다면, 누구도 당신에게 생각을 바꿔 가격을 높이라고 강요하지 않으며, 커피 판매원에게 가격을 낮추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없다. 단지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을 뿐이다.
물론 어떤 경우 사람들은 뭔가 원하는 것이 있지만 상대방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물론 가격이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신이 꼭 그 돈을 내고 구입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그 돈으로 할렘가의 아파트를 사든 뉴어크에 있는 집을 사든 커피 수만 잔을 사든 그것은 당신 마음이다.
자유시장에서는 가격보다 가치가 작을 경우 사람들은 그 물건을 사지 않는다. 그리고 물건의 가치보다 판매 가격이 낮다면 사람들은 그 물건을 팔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그들에게 강요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유시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거래는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그러한 거래는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되고(아니면 적어도 이익을 감소시키지 않고)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은 왜 내가 그런 가격이 ‘진실을 말하는’ 가격이며 정보를 드러내는 가격이라고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자유시장에서 구매자들은 커피 원가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커피를 사려 하는데, 이는 간단히 말해서 92센트로 살 수 있는 것 중에서 다른 어느 것보다 커피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 제품의 가치가 고객에게는 구매 가격과 같거나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생산자에게는 제품의 원가가 판매 가격과 같거나 낮다. 이는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지만, 이에 함축된 의미는 훨씬 박진감이 있을 것이다.
자유시장에서 고객들은 자신이 지불하는 돈보다 커피의 가치를 더 높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시시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생각처럼 시시한 이야기가 아니다. 먼저 이 ‘시시한’ 정보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워싱턴DC의 거대한 새 야구 경기장을 예로 들어보자. 몬트리올 엑스포 야구팀은 워싱턴DC 정부가 새 경기장 건립 비용을 보조해준다는 조건하에 연고지를 워싱턴DC로 옮기기로 했다. 어떤 이는 그 비용으로 7000만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 결정은 좋은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이런 곳에 쓴다는 결정이 좋은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시장 시스템 안에서 어떤 결정이 이루어질 때는 그러한 논란이 없다. 만약 내가 70달러를 내고 야구 경기 입장권을 샀다면, 누구도 그것이 가치가 있다 없다 말할 수 없다. 나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선택은 나의 선호와 우선순위에 대한 정보를 생산하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각기 선택하게 되면, 시장 가격은 그 사람들 모두의 우선순위와 선호도가 반영되어 결정된다.
[해설] 요약을 할 때 제시문의 표현이나 단어 몇 개를 추출해 짜깁기하듯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글을 기계적, 수동적으로 읽고 옮겨 쓴 답안으로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습니다.
(예1) 가격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선택할 수 있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거래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에 달려 있다. 자유시장에서는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거래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거래는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가격은 진실을 말한다. 워싱턴DC에 새 야구경기장을 건립할 때 정부가 경기장 건립 비용을 보조해준다면 좋은 결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나, 시장 시스템 안에서는 그런 논란이 없다. 시장가격은 우선순위와 선호도가 반영돼 결정된다.
(예2) 시장의 가격 시스템은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한다. 소비자와 생산자 각자의 가치체계가 자율적으로 반영되고, 아무런 추가 비용이나 강요 없이 모두의 최대 효용과 만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정치적 판단과 논란의 잡음도 없으므로 가격은 어떤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는 효율적 시스템이다.
(예1)은 많은 학생의 답안에서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제시문의 핵심은 이해하고 있으나 각 문단의 내용을 순서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경기장 건립 사례 등도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하지만 (예2)는 제시문의 문단 순서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습니다. 우선 첫 문장에서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종합 정리한 뒤 제시문의 논리를 재구성해 가격이 ‘왜 효율적인지’ 이유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자기만의 표현으로 환원해 풀어나가고 있으므로 능동적으로 재구성한 답안입니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확실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두 번째 답안입니다. 많은 학생이 요약 문제를 풀 때 제시문을 옆에 놓고 답안을 작성하기 때문에 종종 첫 번째 사례 같은 풀이가 나오곤 합니다. 따라서 여러 논술 제시문을 접하면서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종합해 보고, 그 문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나 부연 설명을 덧붙여 정리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논리적으로 환문한 체계적 요약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