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디지털 경제와 원격수업
원격수업은 교육을 지원하는 수단일뿐 대면수업의 본질적인 가치 구현할 수 없어.
원격수업은 교육을 지원하는 수단일뿐 대면수업의 본질적인 가치 구현할 수 없어.

게다가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끊임없이 옆에서 봐줘야 했다. 아이를 맡길 형편이 되는 부모는 외부의 도움을 받았지만, 대다수 가정은 불가능했다. 공간도 문제였다. 결국 인종적, 경제적 불평등이 고스란히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원격교육으로는 학교 수업이 의도한 본연의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학교는 교과목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만,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친구들과 교류하며 신발끈을 묶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선생님이 애국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며, 수학의 곱셈 나눗셈을 배우기도 한다. 학교는 어느 하나의 기능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한때 에듀테크를 지지했다가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래리 큐번 스탠퍼드대 교수는 교육이란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등 학교 공동체의 모든 당사자 사이의 관계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관계 속에서 정보가 지식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술적 해결책은 이런 관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많은 주요 대학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MOOC 운동이 실패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큐번은 학교 교육에서 보살핌이란 교사와 학생 간 관계를 정의한다고 부연한다. 교사는 학생을 보살피는 마음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이런 상호작용이 학교 교육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교육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지 학습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탓에 학교를 그대로 구현해낼 수 없다. 디지털로 변환되지 않는 가치디지털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 교육에 의한 정서적 격차다. 기억 속 좋은 선생님은 특정 과목을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고, 나쁜 선생님 역시 전달하는 지식수준이 낮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나를 어떻게 한 인간으로 대하고, 그 과목에 관심을 갖게 해줬는지가 선생님에 대한 평가를 형성한다. 하지만 디지털 학습은 이런 정서적 관계를 고려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