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지구의 반사광 '지구조(地球照)'
"변한 그를 욕하진 말아줘 네 얼굴도 조금씩 변하니까 … You're still my No. 1 보름이 지나면 작아지는 슬픈 빛 날 대신해서 그의 길을 배웅해줄래" 2002년, 가수 보아의 2집 타이틀로 발매된 곡 No. 1의 노랫말 중 일부다.
[과학과 놀자] 초승달에도 전체윤곽 보이는건 지구 반사빛 때문
이 노랫말은 의인화한 달에 말하는 투로 지어졌는데, 인상적인 것은 말하는 대상인 달의 얼굴이 ‘조금씩 변한다’는 표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달의 모양은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모양을 ‘위상’이라 하는데, 달의 위상이 변하는 까닭은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면서 태양과 지구, 달의 위치 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태양계 구성원 중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천체는 태양이 유일하다. 금성이나 화성 같은 행성이나 달과 같은 위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지만, 표면에 태양빛이 반사돼 지구에 도달하기 때문에 어두운 밤에 볼 수 있다.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으므로 태양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면을 우리에게 얼마나 보여주는가에 따라 초승달이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그믐달의 순서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태양빛을 반사하는 영역 중 일부만 볼 수 있는 초승달과 그믐달일 때 자세히 관찰해보면, 왼쪽 사진처럼 달의 어두운 부분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태양빛은 달이 태양을 향한 쪽에만 도달하므로, 태양빛이 닿지 못하는 반대쪽이 보이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이것은 달의 어두운 영역에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빛 이외의 다른 빛이 반사되었기 때문이다. 이 어두운 영역을 희미하게 밝혀주는 빛은 지구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태양빛은 달뿐만 아니라 지구에서도 반사된다. 달에는 대기나 바다가 없기 때문에 표면에서 태양빛의 약 6%만 반사할 수 있다. 반면 대기와 바다를 가진 지구는 태양빛의 약 30%를 반사한다. 따라서 같은 면적에서 지구는 달보다 약 5배만큼의 태양빛을 반사할 수 있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지구 지름은 달 지름의 약 4배이므로 면적은 약 16배 더 크다. 태양-달-지구의 순서로 배치됐을 때 달에서 지구를 보면 ‘보름지구’의 위상으로 보일 것이고, 그때 밝기는 지구에서 보는 보름달보다 약 80배나 더 밝다.

[과학과 놀자] 초승달에도 전체윤곽 보이는건 지구 반사빛 때문
달의 위상이 초승달일 때 태양, 지구, 달 각각의 위치는 대략 오른쪽 그림과 같은데, 이때 달에서 본 지구의 모양은 보름지구에 가까울 것이다. 태양빛이 반사돼 지구에서 출발한 빛은 그 세기가 많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달에 닿아 초승달 또는 그믐달일 때 어두운 면의 윤곽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달의 어두운 반구면을 희미하게 비추는 빛을 지구조(地球照, Earthshine)라고 한다. 1500년대 초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 현상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지구조를 통해 지구 또한 달과 마찬가지로 태양빛을 반사하는 천체임을 알 수 있었다.

지구조는 지구의 반사율(albedo)을 알아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지구에서 낮인 반구의 표면 상황에 따라 지구조의 밝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바다는 약 10%, 육지는 약 10~25%, 그리고 구름은 약 50%의 반사율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조의 밝기를 관측한 일부 연구에서 1990년대 말부터 약 20년 동안 지구 밝기가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직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대기 중 증가한 오염 물질이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 또는 태양 활동의 변화에 따른 영향 등이 가설로 제기된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다른 행성들도 중심별로부터의 빛을 반사하는데, 이것을 행성조(planetshine)라고 부른다. 행성조를 분석하면 인류가 우주 탐사를 시작한 이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인 외계 행성과 생명체 탐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구에서의 연구를 통해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대부분은 약 700㎚보다 짧은 가시광선을 흡수하고, 그보다 긴 파장의 빛은 반사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가시광선의 파장 범위는 약 380~780㎚이므로, 만약 외계 행성에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있다면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대부분 흡수하므로 붉은색과 적외선 영역의 빛이 늘어나는 레드 엣지(red edge) 현상을 볼 수 있다. 외계 행성이 중심별의 빛을 반사한 행성조 분석을 통해 레드 엣지가 확인된다면 그 행성에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 대량으로 분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억해주세요
박우용 한가람중학교 교사
박우용 한가람중학교 교사
지구조는 지구의 반사율을 알아내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지구에서 낮인 반구의 표면 상황에 따라 지구조의 밝기가 달라질 수 있는데, 바다는 약 10%, 육지는 약 10~25%, 그리고 구름은 약 50%의 반사율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조의 밝기를 관측한 일부 연구에서 1990년대 말부터 약 20년 동안 지구 밝기가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직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대기 중 증가한 오염 물질이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 또는 태양 활동의 변화에 따른 영향 등이 가설로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