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방사선
비행을 마친 항공사 승무원들이 공항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경DB
비행을 마친 항공사 승무원들이 공항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경DB
항공기 승무원이 우주방사선에 기준치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시행됐다. 항공사는 승무원이 연간 6밀리시버트(m㏜) 이상 피폭될 우려가 있으면 비행 노선을 바꾸거나 운항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 항공사에는 승무원의 백혈구 수, 혈소판 수, 혈색소 양 등에 대해 매년 건강진단을 실시할 의무 등도 추가됐다. 승무원은 높은 고도에 오르는 비행기에 자주 탑승하는 탓에 일반인보다 우주방사선에 많이 노출된다. 특히 장거리 해외 노선이 많을수록 피폭량이 늘어난다. 먼 우주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우주방사선은 초신성 폭발 등으로 태양계 밖에서 날아오는 은하방사선, 태양 흑점 활동으로 발생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방사선, 이들 방사선이 대기 원소와 반응해 만들어지는 2차 우주방사선 등으로 나뉜다. 지구 외부에서 오는 우주방사선은 대부분 자기장과 대기가 막아주지만 일부는 지표면까지 도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연간 3m㏜ 정도다. 이 중 약 0.3~0.4m㏜가 우주방사선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방사선은 일상에서는 사람 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국제선 비행기처럼 고도 10㎞ 이상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주방사선을 막아줄 대기가 부족해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내에서 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엄청난 고에너지를 가진 입자 형태의 은하방사선으로, 피폭의 95%가 은하방사선 때문이라고 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보다 250배 많은 방사선량에 피폭되기도 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인천에서 뉴욕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때 피폭선량은 태양 활동에 따라 0.07~0.085m㏜ 정도다. 흉부 엑스레이 1회 촬영 때 피폭선량(0.1mSv)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행기를 가끔 이용하는 승객은 문제가 없지만, 수시로 탑승하는 승무원은 우주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7~2021년 항공 승무원의 최대 피폭선량은 평균 5.42m㏜로 일반인 선량 한도(1m㏜)의 다섯 배를 넘었다. 2018년 대한항공 승무원이 백혈병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한 이후 제도 개선 필요성이 국회 등에서 제기돼왔다. 이후 연간 50m㏜로 유명무실했던 피폭 방사선량 기준도 연간 6m㏜로 대폭 강화됐다. 승무원 최대 피폭선량, 일반인 기준 5배 초과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주방사선 관리가 강화되는 가운데 과학계에서도 관련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자체 개발한 예측 모델 ‘크림(KREAM)’을 바탕으로 입출국 도시명을 입력하면 우주방사선 피폭량 예측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 때 오른 차세대 소형위성 2호에도 우주방사선 연구를 위해 천문연이 개발한 근지구 우주방사선 측정장비 ‘레오도스’가 탑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