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21학번생활기록부의 진가는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느냐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생기부, 큰 그림 설계하고 디테일로 채우세요
생활기록부는 3년간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방향성을 제대로 잡으려면 스스로 그림을 설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가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고자 하는지, 그 과정에서 내가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인생을 설계하는 데도 중요한 일입니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가 그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선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당연히 주제 및 활동의 깊이와 구체성도 확대돼야 합니다. 학교에 어떤 수업과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는지,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먼저 알아보세요. 언제 그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미리 알아두고 기록하는 게 중요합니다.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다른 수행평가를 할 때도 연관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입니다. 교내 프로그램을 일일이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리 예측할 수도 없고,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난감할 것입니다. 이 항목에선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교내 프로그램 중 진로나 관심사와 연결 지을 만한 소재를 신속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 관심사에 가깝다면 관련 책을 읽거나 자료를 조사해 발표 또는 보고서 제출 시 내용에 녹여낼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분야에 더 관심이 생겨 궁금한 내용을 탐구하는 등 학습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세부 특기사항에서 유의할 점은 수업에 충실히 참여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나만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진로에 심취해 수업의 본질을 흐리는 내용을 담는 것은 금물입니다. 계획한 진로나 관심사가 수업과 맥락이 비슷하다면 괜찮지만, 전혀 다른 수업을 억지로 엮으려다가는 역효과가 나기 십상입니다. 학문적 소양을 쌓고 다양한 분야를 성실히 배우는 것은 학업의 가장 기본인데, 억지로 다른 내용을 끼워 넣으려다가 기본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활기록부의 진가는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기록돼 있느냐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떤 항목이든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배우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이런 태도로 학습에 임하면서 매 학기 생활기록부 상태를 점검하고, 그때마다 어떤 부분을 한 단계 심화하고 전문화할지 고민하면서 나만의 생활기록부를 완성해나가길 바랍니다.

박태희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