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소득분배
어떤 상품을 생산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경제 문제는 자원의 희소성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이 글을 연재하며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희소한 자원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는 게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효율성과 공평성이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은 주로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따라서 지금까지 배웠던 상품시장과 생산요소시장에서도 시장이 얼마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현대적 의미의 시장이 처음 등장한 산업혁명 이후엔 기술을 배워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비슷한 소득을 얻어갔고, 자본주의 이전보다 많이 평등한 사회가 되다 보니 자원의 공평한 이용보다는 효율적 이용에 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이 등장하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경제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소득분배소득분배는 한 사회의 구성원 사이에서 경제활동 대가가 어떻게 나뉘었는지에 관한 내용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원 배분이 얼마나 공평하게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상품을 많이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의 공평한 배분 역시 중요하다.
자원이 매우 불공평하게 배분돼 한 사회의 소득이 지나치게 불균등하다면 불만이 증폭돼 사회의 결속력과 안정을 저해할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안전과 번영의 물적 기반인 경제 성장에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소득분배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자원을 공평하게 이용하는 것은 효율적인 이용과 더불어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해야 할 핵심 목표다. ‘공평성’의 개념자원의 공평한 배분은 효율성이라는 개념에 비해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공평성과 비슷한 개념인 균등과 평등이라는 용어가 함께 사용되면서 어떤 상황이 공평한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많은 경제학책에서 공평성의 문제를 효율성에 관한 내용보다 적게 다루고 있는데, 이는 공평성에 대한 일반적 이론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경제학이 공평성을 추구하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공평한 소득분배와 관련해 경제학에서 연구되는 방식은 기능별 소득분배와 계층별 소득분배가 있다. 기능별 소득분배기능별 소득분배는 한 나라 국민의 전체 소득이 각각의 생산요소에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은 생산요소를 제공하고 임금, 이자, 지대, 이윤 등으로 소득을 얻는데, 어떤 방식으로 각각의 소득이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임금, 이자, 지대, 이윤을 통한 소득 결정은 생산요소시장에서 이뤄진다. 생산요소시장에 왜곡이 존재해 수요를 독점한 생산자가 나타나면 노동조합이 결성돼 생산자와 임금협상을 벌이기도 하고, 정부가 개입해 소득분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기능별 소득분배가 이뤄지기도 한다. 계층별 소득분배소득분배 문제를 기능적으로만 접근하면 일반 국민의 생각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토지나 자본을 제공하고 소득을 얻는 사람들에 비해 임금 노동자들이 더 빈곤한 경우가 많다. 생산요소시장에 문제가 없다면 기능별 소득분배로는 이런 소득격차를 기능에 따른 현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으니 소득이 발생한 사유를 구분하지 않고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소득분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계층별 소득분배라고 한다. 따라서 소득분배와 관련된 국민의 만족도를 알기 위해서는 계층별 소득분배를 파악하는 것이 기능별 소득분배를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계층별 소득분배에 대해서는 소득이 상대적으로 불균등한 정도와 절대적으로 불균등한 정도로 구분해 다음 주부터 살펴볼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본문에 ‘배분’과 ‘분배’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됐는데, 자세히 보면 배분은 자원과 관련돼 있고 분배는 소득과 관계가 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별히 신경쓰지 않으면 두 단어를 혼용하기 쉽습니다. 글자의 앞뒤가 바뀐 정도지만, 각각의 의미가 다르니 반드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배분의 영어 표현은 allocation이고 분배는 distribution입니다. 배분은 나눠 사용한다는 개념이고, 분배는 나뉜 결과로 이해하면 됩니다. 배분엔 과정이 강조돼 있고, 분배는 결과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소득을 배분(allocation)한다고 하면 소득을 나눠 사용한다는 의미로, 자본주의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