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물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5)
지난 시간 비판 문제(2023년 5월 8일자 16면 참조)의 답안을 풀어봅시다.

[ 문제 ] 제시문 <나>를 바탕으로 <가>의 주장에 어떤 한계가 있는지 비판적으로 논술하시오.

우선 <나> 제시문을 이해해야겠죠? <나> 제시문이 시이므로, 상징적 제시문을 기준에 두고 비판문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합니다. <나>는 김광규 시인의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형식적으로 자유시인 동시에, 내용상으로는 풍자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풍자시인 이유는 시에서 나타나는 젊은 운전자가 물질문명에 사로잡힌 현대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갖게 된 너에 대한 대견함을 일반화해보면, 산업사회에서 자기 노력으로 물질적 대가를 획득하게 되는 현대인의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치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어조 속에 담긴 감정은 대견함보다 안타까움에 가깝습니다. 차를 몰고 달려가지만, 즉 더 앞으로 달려가기 위해 경쟁하지만, 주변을 바라보지는 못합니다. 인간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요? 경쟁은 당연히 목적이 아닙니다. 물질적 획득도 결국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도덕적 가치를 고양할 수 있는 존엄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런 근본적 목적을 망각한 채 빨리 달리는 것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듯이 경쟁에 몰두합니다. 이처럼 목적을 잃어버린 상황을 맹목이라고 하죠? 즉, 이 젊은이는 현대인들이 그렇듯 맹목적 경쟁을 하며 타자와 사회, 근본적 가치에 대해 성찰할 여유를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봅시다. <가> 제시문에서 필자가 이 사회의 시스템을 ‘맹목적 경쟁’으로 몰고 가자고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교육에서의 공정한 경쟁은 바람직하며 충분히 도덕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가) 지문의 하단 : (전략) 경쟁 하면 흔히 약육강식, 강자를 대변하는 장, 인간소외, 삭막함, 비인간화 등 인성을 팍팍하게 만드는 부정적 단어부터 연상하면서 경쟁이 마치 인성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기라도 한 양 몰아가기 일쑤다. 경쟁 자체가 문제인가, 부당한 경쟁이 문제인가? 경쟁이 사라지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에 대한 성찰 없이 ‘경쟁과 대립의 결과가 불평등한 현상’이라고 서술한다. 경쟁은 강자만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며 경쟁에서 이기는 승자는 약자를 지배하므로 악하고, 약자는 피해자가 된다는 식의 왜곡과 오해만 남았다. 피해자인 약자를 보호할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되고, 그에 따라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처럼 마치 경쟁이 제로섬 게임인 듯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경쟁은 사실 포지티브섬 또는 윈윈 게임이고 그 기초는 도덕에 있다. 경쟁은 억압과 달리 다른 사람들을 강탈하지 않고 노예처럼 다루지 않겠다는 약속에 기초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존립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를 바탕으로 비판하라고 했으니, <가> 지문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잠깐 접어두도록 해요. <가>도 충분히 타당한 생각을 가진 훌륭한 글입니다. 그러나 논술 문제에서 요구사항과 싸울 생각을 하지는 마세요. 기준 제시문을 바탕으로 비판하라고 한 것이지, 여러분의 생각이나 통념을 바탕으로 비판하라고 한 게 아닙니다. 비판 문제에서는 기준 제시문의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해석한 뒤에 그 테두리 안에서 상대 제시문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짚어봐야 합니다. 따라서 철저히 <나>의 시를 바탕으로 보면, <가>처럼 교육 현장에서 경쟁 위주의 시스템만을 중용할 때 결과적으로 그 학생들이 자라나 <나>의 시와 같은 젊은이들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쟁에 길들어 있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기회도 갖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이제 <나>를 바탕으로 할 때 <가>가 왜 문제인지 여러분의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논증적으로 이유를 설명하면서 비판문을 설득력 있게 작성하면 됩니다.

[ 예시답안 ]

<나>는 경쟁이 도덕성 침식의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차를 몰고 달려가는 젊은이를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연민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경쟁하듯 앞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타자를 도덕적으로 대하고 외부를 보며 성찰할 수 있는 여유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가>의 주장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인간과 교육의 근본적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를 바탕에 둘 때 <가>의 교육관은 학생 개개인의 내면에서 더 중요한 부분을 앗아갈 우려가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노력과 실력이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이 부분에 대해 <나>는 비판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쟁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학생들의 본질적 목적이 되는 순간, 교육 현장은 수많은 가치를 잃을 것이다. 학생들은 자기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선생님과 교육기관은 그런 노력을 독려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학생들이 ‘약자’를 도덕적으로 보지 못하게 할 것이고, ‘패자’에 대한 무관심을 정당화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근본적 가치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할 것이다. <나>의 시적 상황에서 젊은이는 점차 자신의 목적만 바라보게 된다. 이것은 개별적인 학생들의 목적 달성에 유익할지 몰라도, 인간으로서 마땅히 가야 할 도덕의 길로부터는 점점 멀어지는 방식일 것이다.

학생 최우수답안

<나>는 경쟁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를 말한다. 자동차를 갖게 되고 달려가는 장면은 사회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더 빨리, 더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가져오는 사회적 이미지는 삭막함 그 자체다. 이런 사회가 왜 나타났는지 시가 정확히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경쟁 위주의 사회가 되는 것은 하나의 원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나>의 입장에서 <가>를 비판하자면, 경쟁은 상부상조, 공동체 의식의 소실을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경쟁이란 필연적으로 개인으로 하여금 그 자신에게만 집중하도록 한다.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실패할 경우의 책임을 오롯이 본인이 짊어져야 하는 시스템적 숙명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시속 60㎞의 속력으로 자동차를 모는 ‘너’는, 과일 장수와 생선 장수 그리고 아이를 업고 달리는 어머니가 혹여나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처해 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는 경쟁으로 인해 타자를 바라볼 여유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적인 도덕 수준이 저하됨을 의미한다. 서로 돕는 와중에 피어나는 사랑, 웃음의 가치와 미덕을 개인들은 조금씩, 끝내 완전히 잊고 마는 것이다.포인트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논술 문제에서 요구사항과 싸울 생각을 하지 마세요. 기준 제시문을 바탕으로 비판하라고 한 것이지, 여러분의 생각이나 통념을 바탕으로 비판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비판 문제에서는 기준제시문의 의미가 무엇인지 충분히 해석한 이후에, 그 테두리 안에서 상대 제시문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짚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