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최영환 엮음 < 우유곽 대학을 빌려드립니다 >
우유곽의 표준어는 우유갑으로, 우유를 담은 작은 상자를 뜻한다. 책 제목을 우유갑으로 쓰지 않은 이유를 알려두기에 ‘엮은이의 요청과 고유명사화된 개념으로 우유곽이라고 표현한다’고 밝혀놓았다. <우유곽 대학을 빌려드립니다>는 2010년에 발행된 책으로, 강의를 수록한 교수진 중에 이미 고인이 된 분도 있다. 그런데도 꾸준히 판매되는 비결은 이 책을 엮은 최영환 하이데어 대표가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강연 때마다 거론하기 때문인 듯하다.이 책에 등장하는 교수, 즉 필진 28인은 한마디로 쟁쟁한 인물들이다. 최 대표가 각 분야 최고를 엄선해 필수공통학부, 실무형인재학부, 릴레이션십학부, 국제적감각학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양학부로 나누고 세부적으로 학과를 분류해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교양학부 조엘 오스틴(<긍정의 힘> 저자), 세계인재학과 신호범(미국 워싱턴주 상원의원), 정직학과 윤은수(휠라코리아 대표), 관계학과 안성기(영화배우), 스피치학과 T.J.워커(미디어 트레이닝 월드와이드 CEO), 열정학과 이길여(경원대 총장) 등 교수진이 화려하다. 무명 청년의 용기 이 책은 충실한 내용 못지않게 화려 필진을 섭외하는 과정이 유명하다. 이 책을 기획한 최영환 대표는 부산 영도에서 자라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에서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장교로 군에 입대했다. 늘 변두리에만 살았던 그는 군대만큼은 중심 지역으로 발령받고 싶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물론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최전방 비무장지대에 배치됐다. 그는 ‘고립된 환경에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꿈을 꾸다가 ‘각 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자기 계발을 원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강의를 들려주는 대학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매일 배식받은 우유를 마신 뒤 깨끗이 씻어 말린 우유갑 편지지에 ‘제가 만든 대학의 교수님이 되어 주십시오’로 시작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은 국내외 인사들에게 보낸 무명 청년의 제안서에 놀랍게도 응답이 오기 시작했다. 제대 후 국내 인터뷰 6개월, 해외 인터뷰 4개월을 포함해 3년의 준비 끝에 ‘나를 움직이는 최고의 명강의’라는 부제를 단 책이 나왔다.
쟁쟁한 분들을 만나게 된 사연만 모아도 책 한 권 분량이 나오지만, 최 대표는 그런 무용담보다는 28편의 강의로 책을 꽉 채웠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돼라인상적인 강의 몇 편을 들어보자. 유머발전연구소 최규상 소장은 ‘유머의 역할 중 가장 큰 것은 나 자신을 나답게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혀가 짧아 늘 놀림받았던 최 소장은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저는 혀가 짧아서 한 번도 제 혀를 씹어본 적이 없습니다. 짧은 제 혀는 겸손해서 누구를 밟는 발바닥이 아니라 누구를 올려주고 세워주는 손바닥으로 씁니다”라고 강연한다. 그러자 키가 작은 사람이 ‘길 가다가 떨어진 돈을 빨리 주울 확률이 높아서 유리하다’, 목이 짧은 사람이 ‘목도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며 약점을 유머로 활용하게 됐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한다.
해외기구 근무를 원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종신연구원 홍은표 교수는 “국제무대 진출의 성공 열쇠는 ‘왜 당신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고, 결국 자신만의 고유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핵심이다. 즉 인터랙티브 퍼슨(interactive person)이 되어야 한다”고 권유한다.
이 책을 엮은 최영환 대표는 함께 근무했던 장혁 배우에게 ‘연기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분은 안성기’라는 말을 듣고 바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안성기 배우에게 질문한 것은 ‘신뢰’였다. “신뢰를 주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무슨 일이든 ‘이것이 나의 일이다’ 하면서 열심히 하면 자신이 원하는 꿈의 장소에 가도록 열심히 하게 됩니다. 열심은 자세의 문제입니다. 저는 이 자세가 살면서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라는 것이 안성기 배우의 가르침이다.
<우유곽 대학을 빌려드립니다>를 통해 28편의 주옥같은 강의를 들어보라. 최고가 뿜는 지혜를 고스란히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영환 대표는 요즘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과 대화할 수 있는 하이데어를 설립해 ‘우유곽 대학’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