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지구가 공처럼 둥글다고 아는 방법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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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지구가 둥글다고 믿는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있게 "수평선 너머에서 항구로 들어오는 돛단배를 보면 돛의 끝부분부터 솟아오르듯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학생에게 돛단배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본 적은 없다고 한다. 결국 그 학생은 누군가의 말이나 글을 통해 얻은 지구 모양에 관한 근거를 자신이 확인한 근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믿는 과학 지식은 개인적으로 모두 검증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따라서 어떤 과학 지식은 직접 경험한 것을 근거로 판단해 믿고, 다른 과학 지식은 그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의 말이나 책, 영상 등을 믿고 받아들이게 된다.

지구가 둥글다고 직접 확인한 사례엔 어떤 것이 있을까. 각자의 경험을 이 글에서 모두 다룰 순 없으니 월식 현상으로 과학 지식을 검증해 판단하는 과정을 짐작해보자. 월식 현상을 관찰하면 지구 그림자가 원 모양을 이루며 달을 가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월식 현상만으로는 지구가 공처럼 생겼는지, 아니면 둥글고 납작한 쟁반처럼 생겼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 다른 방법을 검색해보니 지구 전체의 모양을 경험하긴 어렵고 일단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과학 지식을 다루는 사람들은 하나의 지식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양하게 교차 검증해 모순이 발생하지 않음을 확인하면서 성장시켜나간다. 이를테면 투명 인간에게 밀가루 1㎎을 뿌려선 그 존재를 알 수 없으나 많은 양의 밀가루를 뿌리면 그 존재뿐만 아니라 모양도 대충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월식 현상을 직접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인터넷에서 수많은 월식 사진을 볼 수 있다. 온라인상의 다양한 사람이 직접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월식 사진에서 지구의 그림자 모양을 보고 지구가 원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지구 모양을 검증한 셈이다. 하지만 월식 현상만으로는 지구가 공처럼 생겼는지 알 수 없으니 이런 간접 검증도 다양하게 교차 검증해야 한다. 사람들의 집단 지성을 믿는 간접 검증이 직접 검증보다 어려운 것은 지구가 편평하다고 주장하며 그 나름의 근거를 올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로켓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 지구 모양을 눈으로 본 사람이 지구가 어떻게 생겼다고 말해주거나, 그때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해도 그 내용을 내 지식의 근거로 삼으려면 그 사람을 신뢰해야 한다. 또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대화할 가능성이 없다면, 그가 한 말을 전달해주는 누군가를 믿어야 근거가 생긴다.

모든 과학 지식을 직접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간접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과학에서는 누군가를 믿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기계가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그래서 어떤 말이나 기계의 작동 결과는 믿고, 다른 어떤 말이나 기계는 믿지 않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런 선택을 잘하지 않으면 엉뚱한 지식을 받아들이고 유한한 인생을 허비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우리가 어떤 기계를 신뢰하려면 그 작동 원리와 구조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믿으려면 대체로 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과학 지식은 끊임없이 다양한 교차 검증을 통해 그 진실성을 유지해나가고 있으니 한두 개의 문장만으로 구성된 과학 지식은 일단 가려진 부분이 있다고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과학 지식에 관한 문장을 외우는 것만으로 그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투명 인간에게 하얀 밀가루를 뿌려놓고 투명 인간이 하얗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과학 지식이나 법칙은 다양한 문장을 통해 실체를 더 자세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간단한 문장으로는 완전하게 표현될 수 없다. 과학 지식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음식의 맛이나 사랑, 평등, 평화 등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개념들은 그 존재를 느낄 수는 있으나 근본이 언어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양한 문장을 사용해 그 실체를 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만든 문장을 그것이라 잘못 믿는 삶을 살다가 가는 오류가 발생한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과학은 교차검증 통해 진실 밝히는 과정이죠
과학 지식은 끊임없이 다양한 교차 검증을 통해 그 진실성을 유지해나가고 있으니 한두 개의 문장만으로 구성된 과학 지식은 일단 가려진 부분이 있다고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과학 지식에 관한 문장을 외우는 것만으로 그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투명 인간에게 하얀 밀가루를 뿌려놓고 투명 인간이 하얗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과학 지식이나 법칙은 다양한 문장을 통해 실체를 더 자세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간단한 문장으로는 완전하게 표현될 수 없다.

안종제 前 반포고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