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물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3)
지난 시간 문제(생글생글 4월 10일자 16면)는 (다)를 바탕으로 (가)와 (나)의 인간본성론의 문제를 지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다) 지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며 논리가 무엇인지 정리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의 한계를 지적하는 학생이 있는데, 문제의 요구사항에 따라 기준 제시문의 범주 내에서 대상 지문을 비판해야 합니다. 또한 (가)와 (나)처럼 일반적인 주장과 근거를 가진 제시문을 비판할 때는 근거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논리적으로 지적하는 답안을 구상해 보세요.
[2024학년도 논술길잡이] 기준제시문의 논의에서 벗어나지 말자
(다)에서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다)의 실험은 인간의 도덕성이 사회적 지위나 역할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짐바르도의 실험에서 무작위로 모집했다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뜻이므로, 교도관들이 했던 악한 행위는 평범한 이라면 누구나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가)와 (나)의 인간본성론은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의 성선설은 인간 본성을 오해하고 있었네요. 짐바르도의 실험에서 볼 수 있듯 인간은 타자를 측은하게 여기고 동정하기보다 자기 지위와 역할에 의해 언제든 타자를 짓밟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다)의 결론이 그렇게 나왔다면 그 결론을 전제하면서 비판해야 합니다.) 답안을 쓰면 아래와 같겠죠?

[답안]

<다>의 두 실험은 인간의 도덕성이 사회적 지위나 역할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짐바르도의 실험에서 무작위로 모집했다는 것은 보편적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뜻이므로, 교도관들이 했던 악한 행위는 평범한 이라면 누구나 하게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가>는 인간 본성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도덕적 행위로 이어지게 되므로, 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험이나 사건이 증명하듯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자신이 처한 상황과 지위에 순종해 쉽게 폭력적으로 돌변한다. 마음속에 도덕성이 내재돼 있을지 몰라도, 이것이 인간 행위의 우선적 기준은 결코 아니다. 이를 고려하지 못하면 유태인 학살 등을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한편 <나>의 성악설은 <다>의 실험을 바탕에 둘 때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짐바르도 실험이나 아부그라이브 사태에서 드러난 인간의 추악함은 자기 이익만을 위해 다투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유사하다. 만일 순자의 생각이나 한비자의 방법대로 욕망을 억제하고 폭력 행위를 엄벌하는 강력한 형벌을 시행했다면 <다>의 실험 속 일탈행동은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의 주장에도 위험성이 있다. 만일 법의 내용이 잘못돼 있거나 권력자에 의해 부도덕한 강요가 발생한다면, 그에 쉽게 순응한 구성원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비윤리적 폭력에 무비판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 이는 <다>의 실험 의도였던 유태인 학살의 역사적 사례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법이나 제도가 부도덕함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주장도 경계 대상이 된다.

자, 이제 학생들의 답안도 살펴보겠습니다. ○우수작 : 심OO(서울 중산고) (600자 내외 분량 제한)(다)의 실험은 기본적으로 인간 본성이 학대, 고문과 같은 악한 행위의 추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규범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놓인 교도관 역할을 한 학생들은 수감자와의 충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수감자들이 심한 스트레스, 신경쇠약 증세를 보일 정도로 주도면밀하고 그악스럽게,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잔혹행위를 가했다. 이는 (가)에서 인간 본성이 선하다고 강조했던 내용과 정반대의 실증적 사례를 제시해 국가 통치에 (가)의 입장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점을 남긴다. 또한 (다)의 실험은 강력한 통제로 혼란을 종식하는 양상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나)의 요지는 인간 본성이 사물에 대한 욕망의 추구, 나아가 악한 성질을 띠며 이는 예, 법 등의 규범으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억제 과정에서 드러나는 시스템적 상위자의 폭력성을 규제할 방안은 (나)에서도 (다)의 실험에서도 제시되지 않았다. 그리고 제도적인 허점과 더불어 기초적인 도덕적 측면에서도 (다)의 실험 속 교도관들은 용인하기 어려운 악함을 보였다. 이는 (나)에서 제시된 사상을 악을 악으로 물리친다는 실제적 결과의 추구로 인식할 여지를 남기며, 과연 그 기본적 이데올로기는 윤리적 승인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부터 의심하게 한다.

답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비슷한 시기의 수험생들과 다른 환문 수준이었습니다. 제시문의 함의를 정확히 읽고 논리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 평소 책을 읽고 생각하는 바가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좋은 답안입니다. 두 번째 문단에서는 문장의 호흡이 길어지면서 다소 전달력이 떨어지고 있으나 답안 방향과 내용적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수작 : 최OO (서울 진명여고) (600자 내외 분량 제한)(다)에서 제시한 감옥실험은 허구적인 설정임에도 상황에 몰입해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학생들의 행동을 통해 상황과 맥락에 속절없이 구속되는 수동적인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짐바르도의 실험은 본성과 관계없이 후천적 요인과 환경에 의해 인간의 성질이 언제든지, 어떻게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험을 바탕으로 (가)의 성선설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닌다. 본성이 선했던 학생들이 가상 상황에 너무나 몰입한 나머지 선한 본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잠시 망각한 것이라면 성선설의 주장 중 일부는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측은지심의 본성적 근거에 비판점이 분명하다. 수감자 역할을 한 학생들을 잔인하게 진압할 때 누구도 이를 불쌍히 여기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잔인하게 변해갔으며, 실제 상황이 아님에도 위장적 선함조차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보편적인 선의 존재를 증명할 지속적 설득력은 없다.

(나)의 주장 또한 모순을 보인다. 사회적 안정을 위한 강력한 통치가 권력자의 올바르지 못한 폭력을 정당화해 오히려 사회적 안정을 저하했기 때문이다. (나)에 따르면 권력자 또한 욕망을 지닌 인간이기에 (다)의 실험처럼 통제력을 잃으면 언제든지 악한 본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주장은 권력자의 부도덕한 가혹 행동을 정당화함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위 학생은 (다)의 논의를 나눠 정리하고, (가)와 (나)를 다면적 시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간명한 표현에 전달력까지 높아 무슨 논의를 전개하는지 알기 쉽게 쓰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각각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비판 2회차를 다루겠습니다. 포인트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문제 요구사항에 따라 기준 제시문의 범주 내에서 대상 지문을 비판해야 합니다. 또한 (가)와 (나)처럼 일반적인 주장과 근거를 가진 제시문을 비판할 때는 근거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논리적으로 지적하는 답안을 구상해 보세요.2024학년도 논술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