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수능이라는 일생일대의 시험에서 우리는 최고의 결과를 거둬야 합니다. 이때 내신은 보험 같은 역할을 합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내신은 부담? 이제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3월 모의고사가 끝난 지 어느덧 한 달이 돼갑니다. 주변을 보면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해 속상해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라며 마음을 추스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재학생들이 수능에서 3월 모의고사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란 쉽지 않습니다. n수생들이 응시하는 데다 내신 부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학생 중에는 내신 공부를 포기할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망하는 대학교와 내신 등급 간 괴리가 크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내신을 챙기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내신은 재학생의 부담이기도 하지만 특혜이기도 합니다. 수능이라는 일생일대의 시험에서 우리는 최고의 결과를 거둬야 합니다. 이때 내신은 보험 같은 역할을 합니다. 모의고사에서 성적 향상을 경험하며 정시까지 꿈꾸던 제가 2022학년도 수능 국어에서 처참히 무너졌을 때, 저를 서울대로 이끌어준 것은 수시였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비교과 활동을 챙기며 학생부까지 관리하는 것은 부담입니다. 하지만 내신은 생각만큼 우리를 괴롭히지 않습니다. 특히 수학과 탐구영역은 내신 공부와 수능 공부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간혹 내신은 엄밀하지 않다며 불평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교수님은 폭넓은 범위에서 공들여 문제를 출제합니다. 반면 선생님은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에서 여러 업무를 병행하며 문제를 냅니다. 내신의 경우 훨씬 적은 학생을 대상으로 성적을 갈라야 하기 때문에 틀리게 하기 위한 문제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능 공부와 내신 공부는 완전한 대척점에 있지 않습니다. 다수의 고등학교는 내신용으로 EBS 교재를 활용합니다. 혹자는 수능 연계율이 떨어졌는데 EBS 연계가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EBS 연계가 완전히 폐지되지 않았고, 여전히 운영된다면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수능을 앞두고 촉박하게 공부하는 것보다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내신과 수능을 병행했던 제 나름의 루틴을 소개하겠습니다. 매일 문학과 독서 1~2세트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해진 시간에 풀었습니다. 문제 풀이에서 끝내지 않고 분석까지 하며 수능적 사고를 이어가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같은 방식으로 영어를 풀었습니다. 모의고사 1회분을 1주일로 나눠 풀면 크게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생 시절 내신의 조잡함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내신은 수학과 탐구에서 개념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국어에서는 EBS가 수록 작품을 꼼꼼하게 분석해줘 수능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내신 공부,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봅시다.

김재윤 서울대 역사교육과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