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두 종류의 꽃을 품은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참 좋아한다. 여름이 되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해바라기 축제가 열린다. 강원도 태백시 황연동 구와우마을, 경상남도 함안군 법수면 강주마을,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무왕리 해바라기마을,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일대 등을 찾아가면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닮은 수많은 해바라기가 장관을 이룬 풍경을 볼 수 있다.
![[과학과 놀자] 고흐 '해바라기'엔 설상화와 관상화가 피어있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AA.33147832.1.jpg)
해바라기처럼 설상화와 관상화가 모여 한 송이의 꽃처럼 보이는 꽃도 있지만, 설상화 없이 관상화로만 이루어진 꽃이 있다. 바로 지칭개, 조뱅이, 엉겅퀴이다. 관 모양 꽃 하나에 수술과 암술이 모두 들어 있는데, 수술의 꽃가루가 나온 이후 암술대가 시간 차이를 두고 성숙하는 놀라운 방법으로 타가수분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나비, 벌, 바람 등 외부 요인에 의해 한 꽃의 꽃가루가 다른 꽃의 암술머리에 부착할 수 있다. 꽃이 지고 나면 하얀 날개가 달린 씨앗이 멀리 날아간다.
반면, 관상화 없이 설상화만 있는 꽃들도 있다. 고들빼기, 씀바귀, 민들레가 설상화로만 되어있다. 특히 민들레는 지금도 주변에 많이 피어있으며, 어린아이까지도 노란 꽃과 상어 이빨 모양의 잎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우리 가까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게다가 가장 평범하고 작고 약해 보이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피어나기 때문에 여러 그림책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길가에 핀 민들레는 발에 밟히더라도 죽지 않고 계속 번식하며 살아남는 강력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민들레는 노란 혀 모양의 꽃(설상화) 하나에 암술과 수술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수십 개의 설상화가 하나의 꽃송이를 이루고 있다.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각각 열매가 맺히고, 각각의 씨 위로 줄기처럼 뻗은 꼭대기에 솜털이 달려있다. 하나하나가 모여 마치 폭신한 공처럼 둥글게 배치되어 있다가 바람이 불면 민들레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나간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열다섯 송이’ 작품에서 해바라기의 설상화와 관상화를 살펴보자. 관상화 주변으로 노랗게 핀 설상화가 보이는가? 또 설상화는 모두 떨어지고 관상화가 피어났던 자리에 씨가 잔뜩 맺힌 해바라기 송이도 보이는가? 앞으로 해바라기 작품을 볼 때는 설상화와 관상화를 기억해 보자. 계절이 바뀌면 피어날 백일홍과 코스모스도 설상화와 관상화로 이루어져 있으니, 가만히 앉아 꽃다발을 이루고 있는 꽃 하나하나를 관찰해보자. 작은 꽃송이에서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고흐 '해바라기'엔 설상화와 관상화가 피어있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AA.33167216.1.jpg)
정해련 서울 사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