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물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유형 다지기(2)
지난 시간(생글 3월 27일자, 16면)에 설명했던 핵심 3유형 기억하나요? 설명형, 비판형, 요약형입니다. 오늘부터는 3회에 걸쳐 비판형에 대해 다루려고 합니다. 논술고사에서 가장 많이 출제되는 유형일 뿐만 아니라, 답안 간 편차가 심한 유형이기도 합니다.

비판은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비판의 결과 ‘옳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대다수는 비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므로 그른 것을 찾으면 거의 틀리지 않겠지만, 늘 주의하고 있어야 합니다. 비판적 사유는 제시문의 관계에 따라 다시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24학년도 논술길잡이] 옥석을 가리는 비판적 사유…논리적 공격을
거의 모든 대학에서 비판 유형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비판의 물음은 형태가 다양할 것입니다. 이를 크게 분류하면 제시문의 성격과 서로의 관계에 따라 사고하는 방식, 글감을 모으는 방식이 다소 다릅니다. 그래서 세 유형을 각각의 사례와 함께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이번에는 ‘논리에 기초한 논리 공격’을 다루겠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여러분은 상대방의 주장을 지적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한 친구가 피자가 좋은 음식이라고 주장했다고 합시다.

-갑 : 피자는 좋은 음식이야.
-을 : 그건 틀린 생각이야. 피자는 좋은 음식이 아니거든.

위와 같이 대화하면 서로 논리적으로 설득되거나 타협할 가능성은 줄어들고 상대를 비방하거나 힐난하는 감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성과 이성에 기초한 논리를 가진 사유의 존재입니다. 따라서 논리를 생각해볼 수 있지요.

-갑 : 피자는 좋은 음식이야.
-을 : 왜?
-갑 : 피자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있거든.
-을 : 음… 내 생각에는 그 근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피자가 건강에 좋다는 것이 첫 번째 근거인데, 피자는 일반적으로 고열량에 나트륨이 많아서 건강에 좋다고 할 수 없지. 게다가 ‘맛’을 좋은 음식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석연치 않아. ‘맛’은 주관적이기도 하고, 또 맛있다고 하는 여러 식품에는 자극적이거나 뇌내 중추를 교란시키는 당류 등이 많이 포함돼 있어 좋은 음식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거든. 우리 ‘좋은 음식’의 전제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갑 : 응, 너하고는 말을 하지 않는 게 낫겠다.

하핫, 실제 을처럼 말한다면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겠네요. 하지만 최소한 논술고사의 비판에서는 이런 논리적 사유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잘 생각해보세요. 위 대화에서 을이 물어본 ‘왜’라는 질문이 핵심입니다. 주장을 가진 두 제시문 중 한 제시문을 바탕으로 다른 제시문을 비판해야 하는 상황에선 어떻게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상대 제시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살피고, 그 논리의 오류와 전제의 흠결을 따져봅니다. 메모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더 도움이 되겠지요.

비판 문제는 제시문에 답이 있지 않습니다. 제시문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해 생각을 풀어나가야 해요. 이는 최상위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형입니다. 연세대는 지난 3개년간 전체 문제의 절반 이상을 비판 유형으로 출제했고, 성균관대는 2번 문제에 비판적 사고가 고정돼 있으며, 이화여대는 비판을 주요 유형 중 하나로 삼아 출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문제에 대입해 풀어보도록 합시다. 답은 다음 시간에 제시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응모도 기다립니다.(imsammail@gmail.com, 우편 : 서울 강남구 삼성로 61길10 3층 임재관입시논술) 다음 시간에는 학생 우수 사례도 공개하겠습니다.

<가> 공자(孔子)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미루어 다른 이를 대하는 원리에 기초한 인(仁)의 사상을 제시하였다. 그는, 엄격한 법치는 백성들 사이에 정해진 죄만 짓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조장할 뿐, 진정으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지 못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회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자의 이념은 맹자(孟子)에 의해 계승, 발전되어 유학의 핵심적 인성론(人性論)으로 자리잡게 된다. 맹자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것으로, 선천적이면서도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다. 그 핵심은 바로 도덕적 능력에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측은지심이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모두 다른 사람을 불쌍히 여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려는 상황을 마주치게 된다면 누구나 깜짝 놀라며 측은해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하늘은 모두를 긍휼히 여기며 이러한 하늘의 법도가 인간에게 내재된 것이므로, 이 본성을 활용하면 천하를 조화롭게 안정시킬 수 있다.

<나> 순자(荀子)의 독특한 인성론을 살펴보자. 그는 선왕의 도가 인(仁)의 융성으로 이룩된 것으로, 하늘의 도나 땅의 도가 아니라 사람의 근본이 되는 도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본성(本性)을 잘 이해해야 한다. 본성이란 자연스러운 경향이라 배울 수도 없고 조정할 수도 없다. 그러한 것을 따져보면 하늘에 의해 주어진 사람의 본성은 스스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채우려는 욕망이 핵심이다. 그런데 욕망하더라도 사물이 궁하기 때문에 나누어줌이 없으면 다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본성을 그대로 두면 필연적으로 싸우고 빼앗는 폭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순자가 볼 때 혼란은 악한 것이다. 그것은 사회의 구성과 존립을 위협한다. 옛 선왕은 그 어지러움을 미워하여 예를 제정하였다. 그로써 사람의 욕망을 기르고 사람의 추구를 채워서 욕망은 반드시 사물에 궁하지 않게 했고 사물은 욕망에 부족하지 않게 했다. 이처럼, 타고나는 본성은 어찌할 수 없지만 억제할 수는 있다. 순자에게는 사회의 풍요와 안정이 곧 선이다. 욕망은 비록 다 채울 수도 없고 제거할 수도 없으나, 예를 통해 절제하여 추구할 수는 있다. 순자의 인성론을 이어받은 한비자(韓非子)는 법가 사상을 형성하고, 군주란 모름지기 명확한 법을 만들고 엄격한 형벌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백성을 혼란에서 구하고 천하의 재앙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 스탠퍼드 대학 교수 필립 짐바르도는 1971년 2주간의 일정으로 20명의 대학생들에게 교도관과 수감자라는 가상의 역할을 주고 행동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유태인 학살 같은 악한 행동에 동참하게 했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실험이었다. 역시 신문광고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의 중산층 백인 대학생들을 모집한 후 무작위로 수감자와 교도관 역할을 나누었다. 실험을 보다 리얼하게 하기 위해서 짐바르도는 지역 경찰에 부탁해서 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을 집이나 길거리에서 실제 상황처럼 체포했고, 지문 채취와 사진 촬영, 그리고 조서까지 작성한 다음 수감했다. 한편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에게는 제복을 입히고 선글라스를 착용하게 했다. 그러나 실험은 예정했던 2주를 채우지 못하고, 단 6일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실험이 예상과는 달리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특히 교도관을 맡은 학생들이 너무도 빠르게 맡은 역할에 몰입하면서 잔인하게 변해갔다. 교도소 소장 역할을 맡은 짐바르도 교수 역시 실제 상황처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험 도중에 정신쇠약 증세를 보이는 학생도 있었고, 대부분 심각한 스트레스를 보였기에 실험을 계속할 수가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없었다. 이 실험이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에게 사전에 가혹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었지만, 실험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수감자들의 반항과 난동이 일어나자 마치 훈련받은 전문가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수감자들을 진압했다는 점이다. 진압 방법 중에는 놀랍게도 나치 병사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고문까지 동원되었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들에게 제복과 역할만 던져주었을 뿐인데도 그들은 자연스럽게 잔인한 권력자의 모습을 닮아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