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선보인 ‘원신’ 캐릭터 매장의 홍보 행사. 원신은 중국 업체 호요버스가 개발한 게임이다. /한경DB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선보인 ‘원신’ 캐릭터 매장의 홍보 행사. 원신은 중국 업체 호요버스가 개발한 게임이다. /한경DB
중국이 한국산 게임에 잇달아 판호(版號)를 내주면서 국내 게임회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달 ‘에픽세븐’ 중국판 공식 홈페이지를 열고, 현지 배급사와 함께 앱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흥행작 ‘로스크아크’도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게임즈를 통해 배급을 앞두고 있다.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역시 중국에서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넷마블은 ‘제2의 나라’와 ‘A3: 스틸 얼라이브’,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킹덤’ 등의 게임을 중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판호는 게임 서비스 허가를 뜻하는 중국 용어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심의를 통과한 자국 기업 게임에는 ‘내자 판호’를, 해외 기업 게임에는 ‘외자 판호’를 발급하고 있다.中, 서비스 허가 뜻하는 ‘판호’ 발급 재개중국은 2017년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산 게임에 판호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불린 이 조치는 지난해 12월과 올 3월 국내 게임 여러 종이 판호를 받으면서 사실상 해제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동안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신작을 내놓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게임업계에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시 개방된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한령이 발동되기 이전 중국에 진출해 자리 잡은 한국 게임들은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2’ 등은 중국에서 흥행한 대표적인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 게임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이 추가로 판호를 받더라도 중국에서 예전만큼 큰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게임회사들의 개발 역량이 몇 년 새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에서다. 중국 업체 호요버스가 2020년 내놓은 ‘원신’이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세계에서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게이머 사이에서는 중국 게임의 수준이 한국 간판 게임 개발사인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中 개발력 높아져…시장 확대 쉽지 않을 수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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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내어준 외자 판호는 859건에 이른다. 다만 연도별로 보면 2017년 456건, 2019년 180건, 2021년 76건 등으로 발급 건수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일단 중국에 출시만 하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던 과거와 달리, 앞으론 재미나 기술 면에서 혁신적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호를 받고도 눈치를 보는 게임사도 있다는 설명이다. 대륙에서 또 한 번 날아오를 수 있을지, ‘K게임’이 시험대에 올랐다.